경기연구원 "일본과 경쟁관계 인정하고 한국의 장점 활용해야”
2019-08-11 09:54
하드·소프트 파워전략과 미래지향적 가치외교 중심의 공공외교 추진
경기연구원은 11일 '한일갈등의 역사적 기원과 정치적 쟁점' 보고서를 통해 한일갈등은 식민지 피해자인 한국이 배제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오류가 준거 규범이 된 '한일기본조약'에서 기인한다고 전제하며, 국제정치 현실인식에 따른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일본은, 한국과 일본이 전쟁상태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을 연합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개발, 연합국과 일본이 체결한 평화조약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년)에서 한국을 배제했고 한국은 전후 배상처리 과정에서 주도권을 상실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틀 아래 1965년 체결한 '한일기본조약'은 한국과 일본의 일반적 국교관계를 규정하고 있으나, 근현대사의 한일관계에 대한 다른 해석이 가능케 해 많은 문제점을 배태했다. 한국과 일본의 기본조약 협상의 출발점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정해져 한국은 불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개시했고, 일본은 우리 국내 ‘적산(敵産)’에 대한 기득권을 근거로 배상책임을 회피하려 강변했고 진정한 사죄와 반성도 없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려 했다.
6·25 전쟁, 5·16 군사정변이라는 내우외환 속에 타결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한일기본조약'은 졸속협상일 수밖에 없었고, 우리 국민 개인의 권리에 관해 일본의 불가역적인 해결 근거를 제공하는 문제를 남겼다.
현재 한일갈등은 한일 양국간 국력격차의 감소에 따른 조바심에서 나온 일본의 무역보복과, 무역보복 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한국 사이의 대결 구도를 띠고 있다.
2018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한국의 경제규모는 일본의 1/4 수준이지만, 1인당 GDP의 경우 일본은 3만 9천 달러인데 반해 한국은 3만 3천 달러로 격차가 감소되었고, 구매력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국의 개인 소득 수준이 일본을 능가한다는 평가도제기되고 있다.
이성우 경기연 연구위원은 “정부는 여론의 합의에 기초한 정치이념을 확립해 국가 발전의 미래비전을 마련하고, 국가 전체 분야에 걸친 선진국 발전전략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절대빈곤 극복, 1980년대 경제적 도약기를 거쳐 2000년대 선진국 문턱에서 정치 군사 문화 경제 과학, 기술 등의 국가 전체분야에 대한 발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역사적 과제를 해결하면서 한일관계를 재정립하는 한편, 우리의 장점을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이를 위한 실천과제로 △물리적 국력의 경쟁력 제고와 구체적 산업전략 마련, 소프트 파워전략 추진 △시민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시장경제와 평화와 같은 미래지향적 가치외교 중심의 공공외교 추진 △한반도 비핵화와 다자협력의 평화외교, 동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기여외교를 통해 국제사회 지지를 획득하는 공공외교전략 마련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