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美서도 인기 시들…국내 업체 “사업 재정비”
2019-08-09 07:53
일본 럭셔리 브랜드·호주 천연화장품 급부상에 설 자리 잃어
LG생건 자체브랜드 집중, 아모레 럭셔리 하이엔드시장 공략
LG생건 자체브랜드 집중, 아모레 럭셔리 하이엔드시장 공략
화장품 최대 시장인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K-뷰티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품질 스킨케어를 내세운 일본화장품과 천연 화장품 트렌드를 몰고 온 호주화장품 등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오면서다.
8일 코트라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명성이 높은 K-뷰티 전문 온라인판매점 중 하나인 글로우레서피(Glow Recipe)는 “더이상 K뷰티 브랜드를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회사 측은 다양한 제품을 원한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미국 내 유명 드러그 스토어 체인점인 CVS, 뷰티 제품 대형 리테일러 Ulta Beauty 등에서도 K-뷰티 제품 진열 비중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게 코트라의 평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뷰티 시장 규모는 4800억 달러다. 이 가운데 미국은 895억 달러로 1위다. 2위는 중국(620억 달러), 3위는 일본(375억 달러)이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은 미국 화장품 수입시장 점유율 12.2%를 기록, 3위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Japan)과 호주(Australia) 화장품의 급성장으로 인해 K-뷰티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J-뷰티(일본 뷰티)는 럭셔리 브랜드 파워를 내세우며 2017년 대비 미국 시장에서 약 23%나 성장했다. 아울러 A-뷰티(호주 뷰티)는 ‘클린 뷰티’ 트렌드와 맞물려 미국 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A-뷰티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호주의 특성을 살려 ‘천연 원료’로 만든 제품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우리나라 뷰티기업들은 세계 최대 규모 화장품 시장인 미국을 잡기 위해 재정비에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미국 화장품 회사 ‘뉴에이본(New Avon)’을 발판으로 LG생활건강 브랜드를 미국시장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올 9월 뉴에이본 인수 전까지는 2015년 진출한 자사 브랜드 ‘빌리프’에 집중할 방침이다.
빌리프는 미국인에게 익숙한 허브를 주원료로 한 데다 깔끔한 디자인으로 세포라에 직접 발탁된 브랜드로, K-뷰티 카테고리가 아닌 단독 매장으로 세포라에 입점해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빌리프의 자연 콘셉트, 허브 성분 등 재료적 특성이 미국 시장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꾸준히 사업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J-뷰티에 맞서 ‘하이엔드(High-end)’ 뷰티 시장을 공략, 자사 럭셔리 글로벌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을 중점적으로 키우고 있다. 또한 ‘프리메라’의 내추럴 스킨 메이크업 라인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비건 액션 인증을 획득하는 등 비건 화장품 제품군도 늘리는 추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스킨케어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로 지난해 미국에서 28%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BTS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메디힐’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전용 제품을 들고 아메리칸 드림을 키우고 있다. 녹차와 콜라겐 등 국내 인기 마스크팩 중 유해한 화학 성분을 배제한 마스크팩 6종을 미국 유통 채널 ‘소코글램’에 입점시켰으며, 하반기 부터는 스킨케어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한국 화장품은 중국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일본에 내줬다. 지난 5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세계무역기구(WTO)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운영하는 국제무역센터(ITC) 자료를 분석한 결과 1분기 중국 화장품 시장의 국가별 수입액은 일본이 7억7000만 달러(약 9200억원)로 가장 많았다. 한국은 지난해 1등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7억2000만 달러(약 8600억원)로 3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