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관 가서 발언하라”…靑·野, 운영위 정면충돌
2019-08-06 16:40
곽상도, 문 대통령 친일파 수임 의혹 제기
靑 노영민 “지금 한 말 책임질 수 있나”
靑 노영민 “지금 한 말 책임질 수 있나”
“지금 한 말 책임질 수 있나, 여기서 말하지 말고 정론관에 가서 말하라” (노영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일본의 수출 규제 및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최근의 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점검하기 위해 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이 정면 충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일파 소송 수임 논란을 두고서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운영위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故) 김지태씨 유족의 소송을 맡은 것을 두고 “상속세 소송과 법인세 소송에서 유족이 위증을 하고 허위 증거 자료를 제출해서 소송에서 이겼다는 게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됐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상속세 소송 당시 문 대통령이 허위 증거자료를 제출해 승소했는데 문 대통령에게 이에 가담했는지 물어볼 것인가”라고 했다. 이에 노 실장은 굳은 표정으로 정론관에 가서 말하라고 반박했다. 곽 의원은 “삿대질 하지 말라, 정론관 가서 말했다, 소송 사기에 가담했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노 실장은 “여기서 하지 마시고 정론관 가서 하시라”고 소리쳤다. 국회의원의 상임위원회 발언은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 자리에서 발언하라는 취지다.
한국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노 실장의 발언은 국회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로 매우 부적절하다. 야당 의원에 대한 모욕이 아닌 국회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사과를 받아달라”고 국회 운영위원장인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요구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 의원에 대한 도발이고 도전 아니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라는 겁박이 아니냐, 정도가 있어야 된다”며 “협치를 하자면서 도발적이고 오만적으로 할 수 있느냐”고 했다.
민주당도 대응에 나섰다. 이원욱 수석부대표는 “상임위를 운영하는 보편적 관행이라는 게 있다. 무조건 사과만 요구한다면 상임위가 어떻게 진행되고 의사 진행이 되겠느냐”고 했다. 표창원 의원은 “국회에서 발언하는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옳다, 그르다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며 “일본에서 진행되는 비민주적, 독재적 표현, 억압과 유사한 형태가 국회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여야 공방이 길어지면서 운영위원회는 약 20여 분 간 정회를 했다. 노 실장은 회의가 속개된 뒤 “곽 의원의 발언에 관한 제 발언을 취소한다”며 “제 발언으로 인해 원만한 회의가 (진행되지 못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근거없는 의혹을 반복적으로 주장해 대통령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얘기였다”고 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명확한 입장 차이도 드러났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4월 25일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일본이 보복하겠다고 한 지 한 달 보름이 지난 시점”이라며 “추경 내용에는 무역보복 예산이 하나도 없었는데 (일본 경제보복에)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재 의원도 "북한 미사일이 어디에서 뻥뻥 날아올지 불안하기 그지없고,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 영공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동네북 신세가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로 맞불을 놓아야 한다고 했다. 고용진 의원은 “일본은 과거를 부정하고 한국의 미래를 짓밟는 경제침략을 자행했다”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대한 대응으로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60%에 달한다. 국민들은 정부가 원칙적으로 대응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노 실장은 이에 “24일까지가 (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한) 통보 시점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계속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며 “결국 최종적으로는 국익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오후에 국회를 찾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소미아가 한일 간의 상황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계속 정치적·군사적으로 실효성이 있는지 좀 더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