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마지노선' 뚫린 원·위안
2019-08-06 01:10
무역분쟁 격화… 엔화 급등 영향
中 위안화는 '1달러=7위안' 붕괴
中 위안화는 '1달러=7위안' 붕괴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7.3원 오른 달러당 1215.3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016년 3월 9일(1216.2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위안·달러도 전 거래일 대비 달러당 1.9% 오른 7.1087위안대까지 올랐다.
이날 개장과 동시에 달러당 12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달러·위안이 7위안을 넘어서자 1220원까지 바짝 올라섰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2차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우리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고, 미국이 대(對)중국 추가 관세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악화되는 조짐을 보인 영향이 컸다.
전문가들은 한·일 무역갈등이 지속될 경우,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화이트 리스트 제외 이외에도 금융 부문에서 한국에 대한 규제를 추가할 수 있으며, 이러한 추가 규제 강화는 원화의 추가 약세 요인"이라며 "미·중 무역합의가 재차 불발되고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달러당 1250원까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포치'(破七)도 현실화됐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중이던 200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최근 상하이에서 재개된 미·중 무역협상에서 뚜렷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하고,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이 여전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시킬 수 있어 중국 수출 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없진 않다. 그러나 대규모 자본 유출, 증시 폭락 등을 유발해 중국 경제 전반에 큰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1달러=7위안'이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반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전 106.60엔선을 기록하다 오후 3시께 105엔선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의 무역전쟁에서 불거진 글로벌 경제 둔화 가능성이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를 밀어 올린 것이다. 특히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선을 돌파하며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해 엔화 강세 흐름이 더 강해졌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무역분쟁 이슈가 격화되자 안전자산인 엔화가 급등했다"며 "반대로 우리나라 원화는 '위험자산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이 같은 불확실성에선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