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를 벗어던지는 여성들 "노브라는 나의 자유"
2019-08-02 18:02
여성단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상의 탈의 퍼포먼스 진행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이거 생각보다 별거 아니야'라는 말도 하고 싶었다. 내게 브래지어는 그냥 액세서리다. 어울리는 옷이 있으면 하고,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을 땐 안 한다."
배우 설리는 지난 6월 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브래지어 착용은) 개인의 자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브라 자체가 건강에 좋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수 화사(그룹 마마무 소속) 또한 최근 공항에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설리나 화사처럼 '노브라 패션'을 드러낸 여성은 응원과 비난 모두를 감수한다. 대중은 이들에게 '매너가 없다'부터 시작해 '보기 불편하다'거나 '관종(관심종자)이냐'는 등의 비난을 가한다. 언론은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연예인의 모습을 '논란'이라는 표현으로 보도하며 마치 이들이 물의를 일으킨 것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노브라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젊은층들도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 여자친구는 안 된다'고 답하는 식이다.
실제 한 매체가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브라 인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0.3%(전체 응답자 320명 중 225명)가 "개인의 자유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동시에 남성 74%가 "내 가족, 특히 내 여자친구는 안 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런 인식은 여전히 많은 여성이 브래지어의 착용 유무를 '자유롭게 선택' 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여성의 브래지어 미착용이 '성적 코드'로 소비되는 인식이 남아있는 사회에서 '노브라 선택권'은 여성에게 온전히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이런 인식을 바꾸는데 집중하고 있다. 여성 상의 탈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여성 해방' 행사가 그 일환이다.
불꽃페미액션은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이후 낙태죄 폐지를 비롯해 다양한 젠더이슈에 대응하며 여성해방운동을 펼쳐온 페미니스트 단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꽃페미액션은 상의를 전부 탈의하는 '찌찌해방만세' 행사와, 제모하지 않은 겨드랑이를 보이는 '천하제일 겨털대회' 행사를 주최했다. 이들은 이런 행사를 통해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불꽃페미액션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희는 사회적 통념에 맞서 겨드랑이 털과 젖꼭지를 드러내는 것입니다"라며 "저희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맥락에 상관없이 무조건 여성의 가슴에 성적인 의미를 부여해 통제하는 것은 여성차별이며 인권침해라는 것"이라고 상의 탈의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여성의 가슴이 음란물이라는 인식, 성기와 다름없다는 인식을 없애고자 합니다"라며 "여성의 가슴이 성적이라는 시선 때문에 여성인류는 그 시선에 맞게 가슴을 가리거나 섹시하게 드러내는 등 스스로를 통제해 왔습니다"라고 했다. 또한 "이 시선은 뿌리 뽑혀야 할 문화이며 여성을 맥락 없이 성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사회는 왜 이렇게 여성의 가슴에 관심이 많고, 왜 이렇게 여성의 가슴과 유두를 통제하려고 난리인 걸까요?"라며 "화장실에서 여성의 몸을 몰래 훔쳐보고 포르노나 불법촬영물로 여성을 소비하는 것은 남성들의 권리이고, 여성들이 스스로 브라를 벗고 다니는 것은 여성의 권리가 아닙니까? 우리 사회는 뭔가 대단히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한다.
불꽃페미액션은 여성에게도 '섹시하지 않게' 몸을 드러낼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현재 있는 그대로의 여성의 몸은 부정당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불꽃페미액션이 페이스북에 게재한 '찌찌해방만세' 등 퍼포먼스 게시글에 달린 혐오발언에 대해 "게시물 댓글창이 그 증거"라며 "여성들을 향한 집단폭력을 멈추고 인신공격없는 건강한 토론문화를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와 같은 불꽃페미액션의 활동이 여성 운동에 있어 매우 강력한 파급효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영역에서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행위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상태가 디폴트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 가슴이 여성의 신체 표준형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며 "이런 퍼포먼스는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우리에게 강력한 문제제기를 통해 여성의 신체에 대해 다시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과거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은 본능을 넘어 일종의 사회적 의무로 여겨졌기에 여성이 주도하는 탈브라와 같은 탈코르셋 운동은 일어나기 어려웠다"며 "과거 여성에게는 아름다움이 일종의 생존자원 이었다면, 최근 탈브라 운동은 여성이 드디어 자신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