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눈 돌린’ 하나금융, 美 LPGA 견제할 ‘큰 판’ 벌인다

2019-08-02 15:02
10월 하나금융그룹 코리아오픈 개최…총상금 15억원 최대 규모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까지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였던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주최해왔다. 2005년부터 LPGA 후원사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던 세월만 13년이었다. 수많은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미국 진출을 이룰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다.

하나금융그룹이 미국 무대를 내려놓고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글로벌 넘버원 투어로 도약’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새로운 비전과 결을 맞춰 의기투합했다. LPGA 투어를 견제할 대항마를 위한 큰 그림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갈라파티 리셉션장에 모인 내외 귀빈이 '아시안 LPGA 시리즈' 런칭에 뜻을 모으는 의미를 담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볼빅 문경안 회장, 골프존 김영찬 회장, KEB하나은행 함영주 은행장,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 KLPGA 김상열 회장,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 대만골프협회 왕정송 회장, 대한골프협회 허광수 회장, 중국 CLPGA 리홍 총경리, 시몬느 박은관 회장, KLPGA 강춘자 부회장, 스윙잉스커트 유영록 부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이 선봉장으로 나섰다. 올해 10월 3일부터 나흘간 인천 스카이72 골프&리조트 오션코스에서 하나금융그룹 코리안오픈(가칭)을 개최한다. 총상금은 국내 대회 중 최대 규모다.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의 총상금 14억원을 넘어 15억원으로 정해졌다.

이 대회는 하나금융이 아시안 LPGA 시리즈의 출범을 목표로 추진하는 대회의 일환이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 대만, 태국, 베트남, 브루나이 등 아시아 국가들과 연계해 추진 중이며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과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 KLPGA 투어 선수들을 주축으로 아시아와 미국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세계 톱랭커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오픈’ 대회 형식이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이 미국이 아닌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결정적 이유는 LPGA와 힘겨루기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LPGA는 BMW코리아가 후원하는 새 LPGA 투어 대회를 부산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파트너로 활동해온 하나금융에 아무런 귀띔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올해 10월 24일부터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서 나흘간 개최한다.

하나금융은 LPGA가 아시아 여자골프의 인기에 편승해 상업적인 이익만 쫓는다고 판단하고 결별을 선언했다. 실제로 LPGA 투어는 아시아의 지분이 크다. 지난해 열린 32개 대회 가운데 9개 대회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폴 등에서 열렸고, 절반인 무려 16개의 대회를 아시아 기업이 후원했다.

심지어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 세계 톱랭커들은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 아시아 선수들이다. 미국 현지에서 LPGA 투어의 인기가 낮은 점을 감안하면 갤러리 입장료뿐만 아니라 방송중계권 등 수입 규모도 아시아에 편중돼 있다.

이 같은 이유가 하나금융이 주도하게 된 아시안 LPGA 시리즈 출범의 배경이다. 결국 LPGA를 견제하고 아시아 국가들이 균형 발전을 이루자는 취지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아시아 골프의 새로운 기류를 함께 만들어 나가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아시아 골프가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아시안 LPGA 시리즈의 추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는 아시안 LPGA 시리즈의 출범을 위한 준비 단계다. KLPGA는 아시아여자프로골프협회(ALPGA)의 법인 설립과 함께 아시아 각국의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KLPGA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과 협의하고 있고, 내년에 해외 대회도 추진될 수 있도록 준비 단계 중”이라며 “아시아 골프의 세계화가 될 수 있는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하나씩 절차를 밟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 스포츠마케팅팀 박폴 팀장도 “KLPGA와 계속 협의하고 있는데, 아직은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며 “계속 추진해 내년에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아시안 LPGA 시리즈가 큰 판으로 확대돼 LPGA 투어의 대항마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에서 KLPGA 투어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끌어들여야 하는 당면 과제도 있다. 하지만 골프계 관계자에 따르면 “JLPGA 투어는 협회가 주관을 하지만, 전체 스폰서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등 구조가 달라 당장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