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글로벌 통화정책 대전환...잔물결 그치나

2019-08-03 00:02
美연준 금리 낮췄지만..."본격 인하 국면 아니야"

시장 예상대로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2.00~2.25%로 25bp(0.2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물가 상승세가 아직 낮다는 판단에서다. 연준의 금리인하에 앞서 일본중앙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인하를 비롯한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이 대반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등 통상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0여년 만에 첫 인하...파월이 남긴 수수께끼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2008년 말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이어 9월, 12월까지 연내에 기준금리를 최대 3차례 인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대 심리를 자극했지만, 이번 회의 뒤에 가진 회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시장을 실망시켰다.

그는 "경기 확장을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강조하면서 "보유 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QT)도 예정보다 두 달 빠른 8월에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본격적인 금리 인하 국면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금리인하는 '긴축 사이클'의 시작이 아닌 '중간 사이클(mid-cycle)의 조정'으로 장기적이고 연쇄적인 금리인하의 시작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소폭의 단기적인 금리인하일 뿐 추가 금리인하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게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가상승률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실업률은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통상 경제지표 호조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조건으로 작용한다. 연준은 이번에 금리를 인하한 게 글로벌 경제 둔화에 대한 '보험성' 조치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파월 의장의 해임까지 거론하면서 '1%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했었다. 

연내 세 차례 추가 금리인하를 예상했던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금리인하를 지지했던 시장 요구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달러값은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놓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준이 10년 만에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인덱스가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달러가 유지되고 있다"며 그간 유지해왔던 통화완화의 효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은 점도 연준이 지속적인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지 못한 이유라고 풀이했다.

◆일본·유럽도 통화완화 예고했는데...

CNN비즈니스는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며 연준에 대한 신뢰 하락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투자회사인 에드워드 존스의 투자 전략가인 넬라 리처드슨은 이 매체에 "데이터 의존성이 연준의 방패였으나 현재는 데이터 중심에서 모퉁이를 둘러보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은 데이터를 조사하는가, 아니면 '모호한 위협(미·중 무역전쟁 등)'을 조사하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글로벌 무역갈등과 중국발 경기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지만, 기업 투자 축소에 대한 우려라고 한다면 통화정책이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서린 맨 씨티그룹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진정한 문제는 무역 관련 불확실성으로, 통화정책은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처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철강업체인 타이탄스틸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개편의 혜택을 받았지만 지난해 철강관세 도입 이후 혜택의 빛이 바랬다"며 "불확실성은 장기 투자 결정을 가로막는다"고 거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상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폭탄관세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만큼 미국 기업들엔 금리정책으로 인한 부채 부담보다 주요 시장인 유럽과 아시아의 수요 침체가 더 큰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세계 금융시장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이 2015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이어온 제로금리 기조에서 벗어나겠다며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가 3년여 만에 통화긴축 사이클을 중단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ECB가 9월 중 금리인하 가능성을 예고한 데 이어 BOJ도 뒤따라 통화완화 기조의 지속성을 강조하는 등 주요 중앙은행들도 연준의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춘 만큼 통화완화 기조를 향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대전환의 동력은 약해질 것으로 본다. 

곳곳에 만연한 정치 리스크가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 리스크가 강해지면 경제 악화가 불가피한 탓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장 미·중 무역 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브렉시트)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재정 투자가 힘들어지면 BOJ 등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완화 기조에서 정책 금리를 평상시 수준으로 돌리는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포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신화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