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보험금 졸라매기] ③포화상태 이른 보험시장…'보험금 덜주기' 전략

2019-08-01 05:00
전체 보험사 수입보험료 10년째 '제자리 걸음'
해외진출 성과 못내…보험금지급률 악화 지속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된 2009~2010년 국내 대형 생보사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조만간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 탓에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 성장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 후 10년이 지났지만 국내 생보사는 아직 해외진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성장동력이 되기보다 오히려 계속 투자만 원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생보사의 예측처럼 국내 보험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생보사가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깐깐히 따져보는 것은 이와 연관이 깊다. 국내외에서 벌어들이는 보험료는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줄이려 노력한다는 의미다.

 

[사진=생명보험협회]

전체 생보사의 수입보험료 합계는 2012년 115조3086억원을 기록해 사상 첫 100조원의 벽을 넘었다. 그러나 지난해 수입보험료 합계는 110조8431억원에 그쳐 오히려 2012년보다 줄어들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가까이 수입보험료 합계는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이는 국내 보험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8.4%로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가 10년 전부터 시도한 해외진출은 쉽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삼성·한화·교보 등 대형 생보사 3곳이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현지법인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이들 현지법인의 수입보험료(영업수익)는 2881억원으로, 해당 보험사 전체 수입보험료의 0.56%에 불과하다. 순이익 면에서는 아직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보험계약이 체결된 이후 장기간 보험료가 분할돼 유입되는 보험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해외법인의 실적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생보사가 해외진출에 도전했음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입보험료는 성장 한계에 직면했으나 지급보험금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2012년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 총계는 56조5911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86조707억원으로 52.09% 늘었다.

 

[사진=생명보험협회]

보험사가 벌어들인 수입보험료 중에서 얼마를 보험금으로 지급했는지를 나타내는 보험금지급률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보험금지급률은 2012년에는 49.0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77.65%로 28.57%포인트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25조5985억원의 수입보험료를 벌어 22조5307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해 보험금지급률이 88.02%에 이른다. 보험 판매를 위해 보험사가 경상적으로 사용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사실상 성장의 여지가 없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최대한 보험금을 덜 줘야만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됐다. 영업을 더 잘하는 데 실패하면서 보험금을 덜 지급하는 데 집중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자살보험금이나 즉시연금 미지급금 등 대규모 보험금 지급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고객과 등을 돌리도록 성향이 바뀌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사실상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견하지 못해 생보업계 전체가 성장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글로벌 건전성 규제 강화 흐름이 겹치면서 대부분 보험사가 고객에게 줄 보험금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생명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