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름 휴가철에 호우주의보···때아닌 특수 누리는 복합몰
2019-07-28 19:33
호우주의보에 여름 휴가 취소하고 '몰캉스' 즐기는 소비자들
아빠와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내딛는 아이. 계산대 앞에서 한쪽 팔에 원피스와 치마, 가방을 들고 계산을 기다리는 엄마.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연결된 미아방지 안전줄과 강아지 목줄이 얽히고설켜 어쩔 줄 몰라 한 할아버지. 왼손으로는 유모차를 밀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아이 엄마. 아이스크림 하나 사 한입씩 나눠 먹는 연인.
28일 낮 12시 30분, 경기도 고양 스타필드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7월 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고양 스타필드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여름휴가 기간과 장마가 겹치면서 복합몰이 때아닌 특수를 누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차장도 꽉 찼다. 개장한지 2시간도 채 안 돼 주차 가능 대수를 알려주는 전광판에는 지하 1층과 2층 모두 만차라는 빨간 표시등이 켜졌다. 스타필드 고양점은 법정 기준의 2배가 넘는 4200여대를 주차할 수 있지만 이미 주차장은 차량 한 대도 들어설 수 없었다.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안내를 하는 직원은 "비가 많이 와서 오늘은 손님이 적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고양점 주차장에서 만난 김성원씨(남‧40)는 "20분 동안 주차공간 찾아 계속 주차장만 돌았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에어컨 켜놓고 집에서 홈캉스 할 걸 그랬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주차장 뿐만 아니라 스타필드 고양점 반경 1㎞까지 차들이 길게 줄지어져있었다. 꼬리잡기와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스타필드 고양점 앞 도로에는 형광 우비와 빨간색 경과봉을 들고 교통정리를 하는 택시기사로 가득 찼다.
몰 안으로 들어서니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 눈에 띄었다. 스타필드 고양점과 같은 대형 복합몰은 궂은 바깥 날씨와는 상관없이 쇼핑에서부터 레저, 식사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인기를 끈다.
특히 아동복 매장과 장난감 매장이 주를 이루는 3층에는 '저출산 국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린이들이 많이 보였다. 시즌오프를 맞아 세일 행사를 하는 매장에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3층에서 아동복을 판매하는 탑텐 키즈, 래핑차일드(laughing child) 매장에는 계산대 앞에 줄을 서기도 했다.
3살 딸과 함께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는 "남편과 겨우 휴가 날짜를 맞췄는데 며칠째 비가 많이 와 스타필드로 놀러 왔다"고 말했다.
두 자녀와 함께 온 강석봉(남‧39‧가명)씨는 "주말에 워터파크 가려고 했는데 호우주의보가 내려 온 나라가 워터파크가 됐다"며 "예약해둔 펜션 취소하고 이번 휴가는 가까운 스타필드에서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스타필드 내 식당에도 사람이 꽉 찼다. 유현지(여‧40)씨는 "작년 여름 폭염이 심해서 올해는 가을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지난주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3일째 쉬고 있는데 3일 내내 비가 와 스타필드만 3일째 출근 중"이라며 아쉬워했다.
다음달에 갈 휴가를 미리 준비하러 온 방문객도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 네 명과 함께 방문한 박유빈씨는 "다음 주에 친구들과 가평으로 놀러 갈 때 입을 단체티를 사러왔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스타필드 고양점 지하에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텐트를 판매하는 곳에는 다음 달 휴가 때 쓸 텐트와 튜브 등을 구매하러 온 소비자로 가득했다.
반면 또 다른 복합쇼핑몰인 롯데몰 은평점은 고양 스타필드에 비해 비교적 한가했다. 은평 롯데몰은 고양 스타필드에 비해 입점 매장 수가 적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갈 만한 ‘고양 스타필도 토이킹덤’ 등과 같은 시설도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름 상품 시즌 오프를 맞아 매장 밖에는 할인해 판매하는 상설매장이 많이 마련돼있었지만, 분위기는 썰렁했다. 롯데몰 은평점 3층에 있는 교보문고도 주말을 맞아 사람이 많이 찾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식당이 밀집돼있는 매장에도 1~2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대신 은평 롯데몰 매장 내에는 주말을 맞아 데이트하러 온 20~30대,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와 놀러 온 10대 등 젊은 소비자가 주를 이뤘다.
대부분의 매장이 한가한 중에서도 어린아이들이 이용하는 실내놀이터 ‘언더씨킹덤’ 앞은 북적거렸다. 점심시간이 다 돼가자 언더씨킹덤 앞 매표소는 표를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도 줄이 길게 늘어지기도 했다.
두 자녀를 둔 아버지 김현우(남·40)씨는 "아이가 3살, 5살이어서 휴가를 멀리 갈 수가 없다"며 "작년에는 호캉스를 즐겼는데, 올해는 홈캉스와 몰캉스를 함께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