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TO 개도국 지위 혜택 제외”...미·중 갈등 새 국면
2019-07-28 16:25
트럼프 "개도국 관련 WTO 재정비해야"
중국 겨냥 조치...한국도 통상 악재 우려
중국 겨냥 조치...한국도 통상 악재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 등이 누리고 있는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미·중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사실상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전한 메모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발전된' 국가가 WTO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위터로 WTO의 개발도상국 우대 체계의 문제점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WTO는 개도국을 자유무역질서로 편입시킨다는 명분 아래 'S&D(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s)'라는 이름 아래 개도국에 특혜를 준다.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협약 이행에 있어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각종 규제에 대한 압박도 덜하다.
WTO 내에서 개도국 지위는 개별 국가가 정하도록 돼 있다. 개별 국가가 자국을 개도국으로 선언하면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미국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미국은 그동안 개도국 지위를 스스로 지정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중국 외에도 한국과 브루나이, 홍콩,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정조준한 것은 30~31일 재개되는 미·중 무역협상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은 "미국이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또다시 위협과 압박이라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한국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때 WTO에서 '선진국'임을 선언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농업 분야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업 이외의 분야에서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하고 개도국으로 남았다.
일본이 반도체 재료 수출 규제에 이어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내용의 추가 규제 조치를 사실상 예고한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까지 놓게 되면 통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