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 논란, 뭐가 문제인가요? ‘A to Z’

2019-07-26 15:05
김대중 정부 시절 고교평준화 문제 극복 위해 ‘자립형사립고’로 시작
이명박 정부 시절, 54개로 폭증해...현재 42개 남아
지정 시기에 따라 원조·1기·2기로 나뉘어

전북 소재 전주상산고[사진=연합뉴스]

전주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6일 ‘부동의’했다. 전주상산고가 향후 5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서 내달 초 평가를 앞둔 서울 소재 8개 자사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폐지 논쟁으로 전국이 들썩이지만 막상 수험생 자녀가 없는 가정에서는 잘 와 닿지도 이해가 되지도 않는 부분이 많다. 전주상산고를 필두로 한 자사고 폐지가 왜 문제인지를 알아보려면 우선 우리나라 고교체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가장 많은 고등학교는 일반고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고등학교 수는 2358개다. 이 고등학교들은 종류, 특성, 입시일정이 모두 다르다.

이중 65.9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학교가 일반고다. 학생수도 전체 153만8576명 중 71.3%인 109만6331명이다. 일반고는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 정규 교육 과정으로 가르치는 학교다.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으로 나뉘며, 평준화 지역은 추첨 배정, 비평준화 지역은 내신과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는 영재고와 과학고다. 전국에 8개가 있는 영재고는 학교명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영재교육으로 학생들을 인재로 길러내는 것이 목표다.
 

한국과학영재학교[사진=연합뉴스]

영재고는 2개로 세분화되는데, 이공계 심화과정을 전공하는 과학영재학교 6개교와 과학·예술·인문학 융합에 중점을 두는 과학예술영재교 2개교로 나뉜다. 한편 과학고는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됐다. 광역시도단위로 모집한다.

이과계열에 영재고, 과학고가 있다면 인문계열에는 외국어고와 국제고가 있다. 영어 교육을 중시하는 특수목적고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외국어고는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어 인재 양성에, 국제고는 외교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외고는 대원외고를 포함해 전국에 30개교가 있으며 사립 비중이 높다. 국제고는 청심국제고를 제외하곤 대부분 국공립 형태로 운영된다. 사실상 전국 단위로 모집하며 외고와 마찬가지로 동시지원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예체능계 전문학교인 예술고·체육고, 직업화 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특성화고등이 있다.
 

민족사관고등학교[사진=민족사관고등학교 홈페이지]

◇원조·1기·2기 자사고, 어떻게 다를까?
자사고는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자사고로 지정된 학교는 교육과정, 수업 일수 조정, 능력에 따라 학년의 구분을 두지 않는 무학년제 등의 사항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 42개인 자사고는 설립시기에 따라 1기, 2기로 나뉜다. 하지만 전주상산고처럼 ‘원조 자사고’로 분류되는 학교도 있다. 자사고를 나누는 기준은 뭘까?

이를 살피기 위해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고교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다양한 고교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자립형사립고를 허가한다. 2001~2002년에 광양제철고, 민족사관고, 전주상산고, 포항제철고, 해운대고, 현대청운고 등 6개교가 자립형사립고로 지정됐다. 이들이 ‘원조 자사고’다(이중 해운대고 2009년 광역단위 자사고로 전환했으며 올해 자사고 재지정취소 처분을 받고 교육부의 동의 여부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출발한 자립형사립고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확장된다. 이명박 정부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세워 전국적으로 많은 수의 자사고를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허가해줬다. 이때 명칭도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됐다.

1기와 2기 자사고의 차이는 지정연도로 구분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10년부터 운영된 자사고를 1기로, 2011년부터 운영된 학교가 2기인 셈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사진=연합뉴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전주상산고는 2010년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했기 때문에 ‘1기 자사고’”라며 “상산고는 2기 자사고와는 수준이 다르다고 자부하는 학교로 재지정 기준점수가 80점은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6개에 불과하던 자사고 수는 54개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42개교만 남았다. 학생 모집이 어렵거나 재정난에 시달린 학교들은 일반고로 전환했다. 현재 42개 자사고 중 81%에 달하는 34개교가 이명박 정부 시절 지정된 자사고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사고는 지정 이후 5년 단위로 재지정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2014년과 올해 평가를 받은 자사고는 대부분 1기다.

◇전국단위와 광역단위의 차이점
전국단위 자사고는 국내 총 10개교다. 기숙사를 운영하며 1단계 내신과 출결, 2단계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광역단위 자사고는 국내 32개교가 있다.

원조 자사고에 해당하는 현대청운고·민족사관고·광양제철고·포항제철고·상산고는 자사고 도입 뒤에도 지역에 관계없이 학생을 선발하는 ‘전국단위 자사고’로 남았다. 반면 해운대고는 2009년에 부산지역에서만 신입생을 뽑는 광역단위 자사고로 전환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려면 법인전입금 25%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학교법인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해운대고는 광역단위로 전환했다. 법인전입금 외에도 비싼 유지비를 이유로 포항제철고 또한 지난달 자사고로 재지정되고도 일반고 전환을 논의중에 있다. 반면 하나고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자립형사립고로 지정됐고, 이후 전국단위 자사고로 전환했다.

2009년 자사고로 지정된 김천고·북일고·외대부고·인천하늘고도 법인전입금을 부담하면서 전국단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전국단위 자사고는 원조 자사고에 해당하는 광양제철고·민족사관고·전주상산고·포항제철고·현대청운고 등 5개교와 이명박 정부 때 자사고로 지정된 김천고·북일고·외대부고·인천하늘고 등 4곳, 다문화·군인자녀를 전국단위로 뽑는 하나고까지 모두 10개교다.

단순히 법인전입금만이 전국단위와 광역단위 자사고를 가르는 차이점은 아니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해당지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고다. 지난해 기준 전국단위 자사고 10곳 중 민족사관고·외대부고·전주상산고·포항제철고·하나고·현대청운고 등 6곳이 서울대 합격자 배출 상위 30개교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