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수사 마무리, 34명 기소

2019-07-23 12:12
피해자 측 “SK는 또 빠져나갔다... 수사 미흡” 주장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8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2011년 수사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를 원료물질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한 조사였다면 이번 검찰의 재조사는 CMIT·MIT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에 대한 수사였다.

이번 수사에서 검찰은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마트 전 임직원 2명 등 모두 34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23일 지난 8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전 대표와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60), 필러물산 김모 전 대표(57) 등 모두 16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과실로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CMIT·MIT는 한동안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아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환경부의 독성실험 결과 CMIT·MIT도 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SK케미칼과 애경 등이 CMIT·MIT의 위해성을 알면서도 제품을 제조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제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최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부실하게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부처 조사 및 수사·소송, 언론 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TF(태스크포스)를 조직하고, 안전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숨기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애경산업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본격화되자 연구소 직원 컴퓨터를 교체하거나 이메일을 삭제하고, 보고서 등을 숨기는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애경산업이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로비스트를 고용해 검찰수사정보를 빼내거나 수사무마 로비를 하려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2011년에 이어 PHMG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 씨 등 4명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 2011년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SK케미칼 측은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가습기 살균제 관련 실험을 진행한 사실 등이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수사가 여전히 미흡하다”면서 “특히 SK와 관련해서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권순정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