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디비 성적모욕’ 블랙넛 “디스 문화는 예전부터 있었어”...무죄 주장
2019-07-22 15:50
검찰 “언어 표현 대상·방법·상황 고려해야”...다음달 12일 선고
가사를 통해 여성 래퍼 키디비(본명 김보미·28)를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래퍼 블랙넛(본명 김대웅·30)이 무죄를 재차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부장판사 김병수)는 22일 오후 2시 20분 모욕 혐의로 기소된 블랙넛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블랙넛은 캡모자를 쓴 상태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으며, 검은색 트레이닝 바지 차림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블랙넛 측은 “힙합에서 래퍼가 실존하는 다른 가수를 특정해 가사를 작성하는 현상은 예전부터 이었다”며 “피고인이 문제가 된 가사를 쓸 당시엔 ‘디스’ 문화가 활발하던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고소인을 특정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욕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언어 표현이 모두 그러하듯이 일부 표현만을 때어내 확대 해석하는 것은 삼가야 하며, 피고인이 가사 외에 고소인을 언급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블랙넛은 “의도와 달리 가사 한 줄로 인해 전체의 뜻이 왜곡된 것이 씁쓸하다”며 “음악하는 사람에게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막으면 안된다, 제가 쓴 가사나 음악으로 인한 오해가 생겼다면 다시 음악으로 풀고 싶다”고 직접 밝혔다.
이에 검찰은 “힙합이라는 문화 안에서 디스라는 현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하는 대상과 방법, 상황 등을 생각해야 된다”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디스도 모욕죄 성립이 가능하다”며 “피고인은 고소인을 성적으로 모욕한 것이고 디스를 주고받지도 않았으며, 충분히 모욕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키디비는 2017년 6월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블랙넛을 성폭력 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모욕죄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그해 11월 블랙넛이 공연에서 총 4차례 자신을 모욕하는 행위를 했다는 내용을 추가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블랙넛을 고소했고, 검찰은 모욕 혐의로 블랙넛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월 1심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솔직하지 못한 래퍼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도 저속한 표현을 사용함에 있어서 굳이 특정 이름을 명시적으로 지칭할 이유는 찾을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국민의 권리로 두텁게 보호돼야 하지만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보호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시간 160시간을 선고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오후 2시에 선고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