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증권·배당주 금리인하 덕 본다

2019-07-22 01: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주는 기준금리 인하 수혜주로 낯설 수 있다. 대개 덕을 볼 만한 종목으로 증권주나 배당주를 꼽아왔다. 증권가에서는 전 세계적인 통화완화가 과거에도 반도체주를 되살렸다고 조언한다.

◆일찌감치 반도체·증권 담은 외국인

외국인은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전에 반도체주와 증권주를 매집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들어 19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저마다 8934억원과 2684억원, 모두 1조1618억원 순매수했다. 반대로 개인은 두 주식을 모두 1조1514억원 팔았다. 기관은 사실상 지켜보기만 했다. 순매수액이 240억원 남짓에 그쳤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빅3 증권주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NH투자증권에도 러브콜을 보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을 각각 168억원과 243억원, 261억원, 모두 672억원 샀다. 반대로 개인과 기관은 세 주식을 저마다 528억원과 143억원 팔았다.

코스피 반도체업종지수와 증권업종지수는 올해 들어 각각 22%와 19가량 올랐다. 역시 기준금리 인하 수혜주로 꼽히는 배당주와 우선주도 뛰고 있다. 코스피 우선주지수와 고배당50지수는 저마다 8%와 5%가량 상승했다. 이에 비해 코스피 수익률은 3%에 한참 못 미쳤다.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에서 예상돼온 이벤트지만, 외국인만 한발 빠르게 움직였다. 문동열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 수출 규제까지 겹친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을 떠받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2012년 닮은꼴"

요즘 전 세계적인 흐름인 통화완화는 2012년에도 나타났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를 잡으려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공조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도 2012년 7월 기준금리를 내렸다. 코스피는 그때부터 한 달 만에 10% 가까이 상승했다. 반도체주는 같은 기간 12% 넘게 올랐다. 반년 뒤에는 반도체주가 코스피 수익률을 15%포인트가량 앞섰다. 한은은 2012년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낮추었다.

문동열 연구원은 "당시 통화정책 기대감이 반도체 강세로 이어진 것"이라며 "지금도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공조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증권주는 전통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다. 당장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유동성이 늘어날 수 있다. 채권 관련 평가이익도 좋아진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6대 증권사가 상반기에 거둔 지배주주 순이익 예상치는 1년 전보다 27%가량 많은 2조4000억원"이라며 "주가지수가 횡보했지만, 투자은행(IB) 부문으로 수익원을 넓혔다"고 말했다.

배당주 매력은 금리를 내릴 때 더욱 커진다.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서다. 이런 때일수록 보통주보다 배당을 더 주는 우선주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 배당수익률 평균치는 2.2%"라며 "우선주 배당수익률은 그보다 훨씬 높은 2.6%"라고 전했다.

◆기준금리 더 내릴 가능성에 무게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도 많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얼마 전 "기준금리를 낮춰 정책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기는 했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대응할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뿐 아니라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반도체 소재를 제한하는 일본도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에서 탈퇴)에 대한 걱정도 사라지지 않았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을 가로막을 장애물이 많다"며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일본발 악재를 상쇄하려고 추가적인 통화완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비슷하게 바라보았다. 노기모리 미노루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오는 10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는 "한은은 이번에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과거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적인 관점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애초 기준금리 인하가 나쁜 경기와 기업 실적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상호 연구원은 "올해 상장법인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3%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나쁜 실적은 배당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