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 ‘세계의 공장’ 대이동

2019-07-18 07:58
일본의 경제침략이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확대 가능성
소재와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대안이 마련되어야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2019년 세계경제는 한마디로 ‘무역전쟁의 해’로 규명될 듯하다. 미·중 무역분쟁은 장기전이 되고, 수출규제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경제침공은 한·일 무역전쟁의 서막을 알린 듯하다. 중국에 생산거점을 두었던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본국이나 그 밖의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는 트렌드가 이미 진행 중에 있었던 데 더해, 무역전쟁들이 확대되고 장기화 되면서 ‘세계의 공장’이 대이동하는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전망이다.

제조업 회귀현상 두드러져

세계적으로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을 중심으로 해외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는 2015년까지 추세적으로 증가해 왔으나, 이후 줄곧 감소하고 있다. 2015년 해외직접투자 유입액(Foreign Direct Investment Inflow)은 2015년 2조338억 달러 규모를 기록한 이후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2018년에는 1조2972억 달러를 기록했다.


 

[사진=김광석 ]



UNCTAD(2019)의 『World Investment Report 2019』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유치 전담조직이나 투자진흥기관들(IPA, Investment Promotion Agencies)이 세계적으로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하기보다는 뚜렷한 변화가 없거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투자진흥기관들의 비중은 2016년부터 줄곧 감소해 오고 있기도 하다.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 본격화

중국을 상징했던 ‘세계의 공장’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탈중국’ 추세가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노동력은 아시아 주요국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고, 베트남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생산 및 물류 인프라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중국의 생산기지는 더욱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세계 1·3위 컴퓨터 제조업체인 HP와 델은 중국(충칭) 내 노트북 생산량을 30% 줄일 계획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소니, 닌텐도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이미 중국 생산라인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구글도 컴퓨터의 핵심부품인 마더보드의 생산기지를 대만으로 이동시켰고, 애플의 협력회사인 폭스콘은 인도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본의 무쓰미공업은 2019년 초 미얀마 밍글라 그룹과 합작해 미얀마에 공장을 설립했다. 무쓰미공업은 자동차 부품이나 플라스틱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미얀마 공장이 완공되는 대로 중국 내 생산 비중을 축소해 나갈 계획이다. 일본 엡손은 중국 내 인건비 상승과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고, 2021년 3월에는 선전의 손목시계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해외직접투자 추이를 보아도 생산기지가 아시아 주변국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세계적으로 해외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아시아로 향하는 해외직접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그러나 아시아 해외직접투자 유입액 중 중국의 비중이 하락하는 모습이 전개되고 있다.
 

[사진=김광석 실장 제공]




한국 기업들의 생산거점은?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선전의 통신장비 공장을 철수했고, 같은 해 12월 톈진 휴대전화 공장을 철수했다. 현대자동차도 2019년 5월에 베이징 1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시설 활용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한다. 롯데그룹도 중국 내 제과 및 음료 공장 6곳 중 일부를 매각할 것을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유통사들도 현지 매장을 철수하거나 매각을 진행해 오는 추세다.

한국의 해외 신규법인 설립개수는 2009년 2672개에서 2018년 3540개로 확대되고 있는 반면, 중국 신규법인 설립개수는 감소하는 경향성이 강하다. 한국의 전체 해외 신규법인 개수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60% 수준에 이르렀으나, 2019년 3월말 기준으로 12.4%에 달한다.
 

[사진=김광석 실장 제공]



글로벌 공급사슬 전략과 유턴기업 지원정책에 주는 시사점

중국 외에 안정적이고 풍부한 노동력을 공급 받을 수 있는 생산기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생산설비, 규제, 기술교류, 물류 인프라 등의 경영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일본의 경제침략이 한국의 여러 주력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재와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대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베트남, 인도, 미얀마 등의 신흥국들에 대한 해외직접투자를 지원하고, 기술협력 등의 기회를 확대하며, 정책 실무진 및 기업들 간의 교류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이벤트를 개최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실효성 있는 유턴기업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유턴기업 유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지원에 관한 법』 개정을 진행해 투자분위기를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기업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실질적인 이익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기업들은 수지 타산을 면밀히 따져보고 생산기지를 국내 복귀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 원칙이겠지만, 국가 미래 전략산업의 경우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나 공유가치창출(CSV, Created Shared Value) 모델을 강조함으로써 상호협력을 이끌어내는 지혜도 요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