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4단계 핀테크 혁신이 바꿀 '미래금융'

2019-07-17 08:44

 

[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구조 변화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업도 디지털 혁신 즉, 핀테크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핀테크 혁신이 관심을 끄는 것은 핀테크라는 하나의 금융 신산업의 탄생뿐 아니라 금융구조 및 금융 역할의 변화에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은 ‘산업과 기술의 경계가 없어지고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융합되는, 인류가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혁명’이란 해석도 있지만, ‘디지털플랫폼 유통혁명과 기술혁명의 융합’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즉,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명 중심이던 1~3차 산업혁명과 달리 손 안의 모바일 스마트폰 상에서 소비자와 생산·판매자가 만나는 유통혁명과 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빅 데이터를 활용한 ABCDIG(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IoT, 5G) 기술혁명과의 융합이란 해석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와 같이 해석할 경우, 이제껏 전형적인 규제산업으로서 기술변화로부터 다소 벗어나 있던 금융업이 최근 핀테크를 통해 왜 이렇게 빠른 구조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설명이 가능하다. 이유는 첫째, 금융업 자체가 유통산업의 일종인 데다가 둘째, 금융서비스가 무형(intangible)의 서비스인 관계로 특히 디지털플랫폼 상일 경우 생산-판매-소비의 주기가 짧아 그만큼 변화 압력이 크다는 점 셋째, 또한 금융거래 데이터는 금융정보인 동시에 모든 제품의 소비자정보를 포함하고 있어서 금융데이터를 이용할 경우 다양한 산업·비즈니스 모델과의 시너지 협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핀테크 혁신은 금융구조에 어떤 변화 압력을 주고 있나. 글로벌 추세를 감안할 때, ‘핀테크를 통한 금융 혁신’은 4단계이다. 1단계의 언번들링(Unbundling: 분리)에서 시작하여 2단계 디지털플랫폼, 3단계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과의 융합, 4단계의 O2O 등 다른 산업과의 시너지 창출로 확대·발전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핀테크의 본래 성격은 언번들링이다. 즉, 손 안의 모바일에서는 추가 탐색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분야별로 가장 가성비 높은 개별 서비스를 선택한다. 간편결제는 A사, 송금은 B, 대출은 C로 달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고객기반과 충성고객을 확보한 업체들이 출현하면 개별서비스가 아닌 복수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플랫폼 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에 이어 바로증권을 인수하고, 카카오페이가 P2P(개인 대 개인) 대출 투자창을 오픈했으며, 네이버가 네이버페이에 이어 노무라증권과 라인증권을 설립한다든지, 토스가 송금·결제에 이어 보험·증권업 진출하거나, 뱅크샐러드가 은행·보험·증권자산을 아우르는 통합자산관리모델을 제시하는 것 등이 모두 디지털플랫폼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핀테크 혁신 1단계에서 2단계로 이행하고 있으며,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빅데이터를 활용한 ABCD(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기술과의 융합으로 3단계, 나아가 O2O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글로벌시장의 빅테크(예 : 미국의 GAFA, 중국의 BAT)가 출현하는 4단계로의 변화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그럼 핀테크에 의한 금융의 역할변화는 어떤가. 이제까지 금융은 아날로그 금융(오프라인 금융) 중심이었고, 무형의 서비스, 금융회사 및 직원상담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시간 제약을 전제로 한 ‘중개’가 주된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제 금융은 첫째, 디지털금융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둘째, 디지털과 ICT 활용을 통해 무형에서 유형(tangible)의 서비스화하고 있으며 셋째, 시간·공간 제약 없는 디지털플랫폼을 매개로 생산자·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됨으로써 기존의 ‘중개’ 중심 역할에서 탈(脫)중개 및 신규 역할(예: 금융거래 데이터를 매개로 한 기술과의 융합, O2O 등 새로운 산업과의 융합 역할)로의 변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핀테크산업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자. 시장에선 미·영·중 등에 비해 3~4년 늦게 시작했지만, 최근 민·관의 적극적 협력으로 붐업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017년만 해도 30%대에 머물던 핀테크 이용률이 2018년엔 67%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또한 작년 말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올해 들어 금융의 규제샌드박스 제도 도입 등 당국이 핀테크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금융회사와 핀테크업계의 노력도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예컨대 간편결제 및 간편송금 건수가 분기마다 거의 배로 증가하고 있고, 핀테크 기업 수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원사 기준 올해 2월 291개로 전년 동기 대비 32%의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단적인 예들이다.

그럼 핀테크 혁신에 의해 미래금융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첫째,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될 경우 금융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마이데이터산업과 은행권의 오픈뱅킹시스템이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이고, 경쟁력 있는 금융서비스 출현으로 소비자들의 금융효용성과 우리나라 금융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또한 규제샌드박스에 이어 금융의 스몰 라이선스제도 도입을 전제로 금융시장 내의 창업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의 출현도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의 본질은 PC 레벨이 아닌 모바일은행임을 고려할 때, 은행 외 업권(예: 보험·증권)에서의 모바일금융회사 출현이라든지 넷째, 핀테크혁신 4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금융과 다른 산업과의 융합(O2O) 모델의 출현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핀테크 혁신에 있어서의 과제를 살펴보면 첫째, 현재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지속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시장에서의 반응조사 및 검토를 통한 후속 보완조치로 경쟁력 있는 신금융상품의 붐을 조성·강화할 것과 둘째, 벤처·스타트업 성장단계에서 필수인 마중물 투자를 적극화해야 한다는 점 등도 있지만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핀테크 혁신의 핵심사안이라 할 수 있는 빅데이터 관련법(예: 신용정보법)을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핀테크를 통한 소비자의 효용성 및 금융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금융의 해외진출 및 수출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