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성휘 홍두당 대표 “국가대표 단팥빵, 아마존 수출이 목표”
2019-07-17 05:17
‘대구 근대골목단팥빵’ 지역 특산품 입소문
매일 끓인 팥 사용…균등한 맛 위해 직영매장 고집
70대 기술자, 20대 신입사원 한 공간에…세대 갈등 해결 전도사
매일 끓인 팥 사용…균등한 맛 위해 직영매장 고집
70대 기술자, 20대 신입사원 한 공간에…세대 갈등 해결 전도사
대전에 가면 성심당 튀김소보로를 먹어야 한다. 전주에는 풍년제과 초코파이가 있고, 경주에선 황남빵을 빼 놓을 수 없다. 최근 대구에서도 급부상한 빵이 있으니, 바로 홍두당의 ‘대구 근대골목단팥빵’이다. 매일 끓인 팥을 사용해 단맛이 강하지 않고, 뉴트로 감성을 살린 매장 인테리어로 어른부터 어린 아이까지 전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대구 먹거리의 다크호스다.
대구 근대골몰단팥빵은 삼송빵집, 반월당고로케와 함께 대구 ‘빵지순례’ 관광코스에 속한다. 빵 안에 앙금을 넣는 대신 직접 끓인 팥을 넣어 당도가 낮고, 설탕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등 옛날 제빵 방식을 도입했다. 단팥빵의 단백한 맛이 입소문이 나면서 프랜차이즈 제의도 많이 들어왔지만, 직영점만 운영 중이다. 회사 몸집을 키우기보다 빵의 균일한 맛을 지키기 위한 정성휘 홍두당 대표의 고집 때문이다.
정 대표는 “대구에서도 풍년제과, 황남빵 같은 특산품을 만들고 싶었다. 어르신들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친구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을 만들고자 했다”며 “근대골목 박물관에서 역사를 공부하면서 인테리어를 경성시대 콘셉트로 잡고, 벽지와 노래를 입혔다. 최대한 옛날 방식을 도입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구에서 나고 자란 뒤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외식산업학(Food Industry Management)을 전공했다. 호텔관광학 교수였던 아버지는 아들이 학자의 길을 걷길 바랐지만, 정 대표는 빵집을 운영했던 어머니의 길을 이었다. 부모님은 외식업을 하더라도 빵집에는 발을 담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반대를 무릅쓰고 탄생한 홍두당은 현재 22개 직영점에서 14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10억원을 기록했다.
직원 구성도 독특하다. 전 지점이 직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국에 공급할 제품 생산공장이 있는데, 이 곳에는 74세 기술자부터 만 20세 신입사원까지 연령 스펙트럼이 넓다. 제빵 트렌드가 젊은 프랑스 스타일로 변하면서 고령 제빵 기술사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옛 맛이 중요한 단팥빵을 만드는 홍두당에는 딱 맞는 인재였다. 여기에 지역 고등학교에서 제과제빵학과를 졸업한 신입사원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YB' 직원을 확충했다. 유럽 축구팀 FC 바르셀로나처럼 어렸을 때부터 성장 가능성 있는 청년을 키워 복리후생을 제공하면,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정 대표는 “영화 ‘인턴’을 보면 70세 인턴이 취업해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빵은 맛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자가 중요한데, 어르신들은 노하우가 있었고, 젊은 친구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며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도 많다. 이럴 때 회식 자리를 만들면 'OB' 분들이 ‘누구야 일로 온나’ 하고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앙금을 푼다. 큰 공장에서 공장장까지 하셨던 70대 직원은 어린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일하는 것이 재밌다고 한다. 젊은 직원들은 이분들께 얻을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홍두당의 목표는 진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구 특산품 만들기에서 시작했지만, 인천공항에 입점하면서 외국인들에게 ‘국가대표 단팥빵’을 소개할 수 있게 됐다. 공항에 2호점까지 내면서 기내식 납품도 계획했는데, 이제는 아마존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대구 근대골목단팥빵을 소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는 “인천공항에 입점하고, 기내식에까지 납품할 수 있다면 국가대표 단팥빵 아니냐. 더 큰 목표를 갖자면, 완제품으로 된 빵이나 팥을 아마존에서 팔고 싶다”며 “혼자서는 하기 힘들기 때문에 협동조합 형태를 생각하고 있다. 아마존 판매를 통해 단순한 프랜차이즈가 아닌 세계적인 외식‧식품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