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장단 회의] 신동빈, 첫날 식품BU 호출···日불매운동에 초긴장
2019-07-16 23:35
불매운동 장기화 대비…일본 투자자까지 고려 난감
신 회장, 일본현지 분위기 전달…중장기 혁신 대책 논의
신 회장, 일본현지 분위기 전달…중장기 혁신 대책 논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열흘 간의 장기 일본 출장에서 돌아오마자 전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보통 하반기 회의는 한 해 목표를 발표하는 상반기와 달리 수익성 개선방안에 중점을 둔다.
사장단 회의 첫날, 식품 사업부문(Business Unit, 사업부문) 계열사를 불러 모은 신 회장은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한 대책 논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16일 오전 8시50분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출근, 곧바로 31층에서 열리는 ‘2019 하반기 롯데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LOTTE Value Creation Meeting, VCM)’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 참석 기업은 식품 BU 소속 11개사는 △롯데칠성음료(음료BG, 주류BG) △롯데아사히주류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지알제스(GRS) △롯데중앙연구소 △롯데유통사업본부 △대홍기획△자이언츠△네슬레 등이다.
신 회장은 회의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일본 출장 성과와 불매운동에 대해 질문하자,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영호 식품BU장 역시 불매운동에 대해 난감한 기색을 표하면서도 “대책 논의를 한 적이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신호를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본격화한 것은 겨우 3주 차지만, 일본과 사업 연관성이 큰 롯데그룹 내부에선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그룹 밖으로 터져나오면서,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이 불거졌다. 롯데는 지난 4년간 지주사 설립, 순환출자 해소 등을 통해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한국인들의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불거지면서 그간 어렵게 쌓아온 롯데의 기업 이미지가 다시금 흔들리고 있다. 이에 롯데는 국내 소비자의 불매운동 장기화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일본 투자자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 청와대 행사까지 불참했던 신 회장은 노무라증권과 미즈호은행 등 롯데와 거래하는 현지 금융권 고위 관계자와 관·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일본 현지 분위기를 전달하고, 각 BU별 대응책 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각 계열사 대표들의 부담도 크다. 이번 사장단 회의는 지난해말 임원 인사 이후 ‘비공식 평가전’이나 다름없다. 특히 식품BU의 경우 신임 대표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일본제품 불매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롯데아사히주류의 정재학 대표도 이 같은 이유로 주목받는다. 아사히는 국내 수입맥주 매출 1위에서 최근 4위까지 추락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일본기업이란 이미지가 여전한 상황에서 식품BU 계열사가 모인 만큼 관련 대책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가장 덩치가 큰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의 혁신 발표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롯데 VCM은 처음으로 5일간 진행된다. 이날 식품BU를 시작으로 오는 20일까지 유통·화학·호텔&서비스 순으로 진행한다. 마지막 날에는 신동빈 회장의 혁신 메시지가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