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영국 50파운드 초상인물이 된 AI의 아버지

2019-07-16 11:53

컴퓨터 수학과 인공지능(AI)의 아버지. 1912년 영국 런던의 마이다베일에서 태어난 수학자 앨런 튜링이 사후 65년만에 다시 화려하게 조명을 받았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새 50파운드(약 7만4000원) 지폐 뒷면 초상인물이 튜링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카니 총재는 “앨런 튜링은 뛰어난 수학자로 오늘날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며 “컴퓨터 수학과 인공지능(AI)의 아버지이며, 또 전쟁영웅으로 폭넓으면서도 선구자적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킹스칼리지의 특별연구원으로 근무했던 튜링은 계산기가 어디까지 논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지적인 실험을 시도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튜링은 학계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세웠지만,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때 블레츨리 파크에 있는 정부암호학교(GCCS)에서 암호해독반 수학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독일군의 정교하고 난해한 암호체계인 에니그마(Enigma)를 풀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업적으로 종전 뒤 대영제국훈장을 받기도 했다. 2014년에는 당시 튜링의 활약을 기반으로 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개봉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튜링은 자동계산장치 설계를 비롯해 프로그램 내장식 컴퓨터 설계에도 참여하는 등 컴퓨터 초기연구에 있어 큰 지분을 차지하는 연구가로 평가받는다. 

1950년에는 '계산기계와 지성(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튜링테스트(Turing Test)라 불리는 인공지능 실험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실험은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 지를 기반으로 '기계의 사고 능력'을 판별하는 것이다. 

뛰어난 학자이자, 전쟁 영웅이었지만 튜링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1952년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는다. 이후 1954년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자살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로고가 튜링이 한 입 베어물은 사과를 모티브로 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후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의식이 개선되면서 2009년 영국 정부는 튜링의 죽음에 대해 사과를 했으며, 당시 튜링이 선고받았던 외설죄가 무죄로 처리됐다. 

한편, 5파운드와 10파운드 지폐 뒷면 초상인물에는 각각 윈스턴 처칠 전 수상과 소설가 제인 오스틴이 선정됐다. 내년부터 새롭게 발행되는 20파운드 지폐에는 19세기 영국 풍경화의 대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사진이 들어간다. 


 

[사진=AP·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