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월 금리인하 시사…중국내 고개 드는 '금리인하론'
2019-07-11 15:55
中 관영매체 "가능성 적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공개시장운영 등 효과 제한적, 무역전쟁 장기화로 경기하방압력 ↑
공개시장운영 등 효과 제한적, 무역전쟁 장기화로 경기하방압력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국 금리인하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데다 중국 경기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중국이 4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11일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중국이 금리를 인하할까, 안 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인민은행이 연준의 금리인하에 동조해 4년 만에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며 "비록 가능성이 적긴 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그 이유로 오랫동안 중국 은행권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에 거의 고정돼 움직여온 만큼 공개시장 운영 금리를 낮춰 대출금리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점을 들었다.
또 잇단 유동성 주입으로 시중 금리가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져 공개시장운영 등 통화량 조절 방식이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지난 2일엔 1일물 상하이은행 간 금리(shibor·시보)가 0.7%대까지 추락하며 200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소 민영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자금조달 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효율적으로 낮추고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려면 인민은행이 전통적인 통화정책수단인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인하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는 공격적인 경기부양 카드다. 중국 지도부는 그동안 무역전쟁과 경기하방 압력에도 과거처럼 시중에 직접 돈을 대거 푸는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위안화 절하를 촉발해 자본 유출 압박이 커질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심각한 부채 위기를 가중시키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 거품 같은 더 많은 부작용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2015년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줄곧 동결해왔다. 중국의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는 4.35%, 예금 기준금리는 1.5%로 유지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중국 경제가 비교적 큰 하방압력을 받고 있지만 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다양한 재정·통화정책 수단을 보유한 만큼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에 동조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대신 역레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등 중단기 정책금리를 인하하거나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경기를 부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민은행은 2017~2018년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때도 MLF와 역레포 금리를 인상해 보조를 맞췄다. 지난해부터 모두 6차례 지준율을 인하했으며, 전문가들은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고 본다. 후이판 UBS 자산관리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기준금리 인하 대신 중국이 연내 지준율을 1~2%포인트 추가 인하해 시중에 약 2조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인민은행이 중소 민영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대신 동원한 정책들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이다. 경기둔화, 무역전쟁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어서다.
그 사이 중국 경제에 대한 무역전쟁 장기화 영향은 점차 가시화하며 정책당국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2개월째 위축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로이터 통신은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6.2%로, 전 분기의 6.4%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한해 경제성장률은 6.2%를 기록하며 30년 만에 최악의 경기둔화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하 같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연말 쯤에나 나올 것으로 본다. 제윈량 민생증권 연구원 경제 수석 애널리스트는 "무역전쟁 고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앞으로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 부양책 여지를 남겨둬서 오는 2020년 더 큰 경기하방 압력을 낮추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