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한달만에 검찰에 다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증거인멸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5일 오전 김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출석 전 검찰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마주쳤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곧바로 조사실로 들어갔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김 대표를 세 차례 소환해 조사를 벌었다. 검찰은 김 대표가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김 대표의 직책이나 ‘5월5일 회의’의 참석 경위, 증거인멸 정황을 볼 때 김 대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영장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이 김 대표를 한 달만에 다시 소환한 만큼 영장이 재청구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은 김 대표가 분식회계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4조원 이상 부풀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바꾸고 미국 측 합작선의 콜옵션을 부채에서 누락하는 수법으로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천억원 가량 늘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은 증거인멸과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 삼성전자 등에 상무급 이상 5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고, 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전무 등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해 증거인멸을 공모하거나 직접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어린이날 회의에서 △감리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 등 후속 절차에 대한 대응방안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 콜옵션 행사시 대응을 위한 지분재매입TF 중단(일명 '오로라 프로젝트') △분식회계 수사확대 대비 증거인멸 등이 논의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 대표에 대한 재소환과 신병처리가 끝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