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첫' 핵합의 위반..트럼프 "불장난" 경고
2019-07-02 14:41
이란, 우라늄 저장한도 초과 사실 인정..7일부턴 추가 조치 예고
美트럼프 행정부 "이란 핵무기 허용 안해..최대 압박 계속" 경고
이란 벼랑끝 전술에 미국·이란 충돌 우려↑..핵합의 파기 우려도
美트럼프 행정부 "이란 핵무기 허용 안해..최대 압박 계속" 경고
이란 벼랑끝 전술에 미국·이란 충돌 우려↑..핵합의 파기 우려도
이란이 2015년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에서 규정한 저농축 우라늄(LEU) 저장한도를 초과했다고 1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이 합의를 위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와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LEU 저장한도 초과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란이 핵합의를 위반한 게 아니라며, 미국의 탈퇴에 대응해 자국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날 이란이 핵합의에서 정한 저농축 우라늄의 저장한도(육불화우라늄 기준 300㎏. 우라늄 동위원소 기준 202.8㎏)를 초과했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경제제재로 인해 "일방적으로 핵합의 의무이행 부담이 커졌다"며 핵합의 서명국(이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이 미국의 제재 여파를 상쇄하기 위해 나서지 않을 경우 농축 우라늄 저장한도를 늘리겠다고 예고해왔다.
이란 또 오는 7일까지 유럽 핵합의 서명국들이 이란에 경제적 생명줄을 제안하지 않으면 합의 위반 수위를 끌어올리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이는 게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핵무기 보유 의도를 부인하지만 서방은 이를 '핵무기 신호탄'으로 볼 태세다.
따라서 이 같은 이란의 '벼랑끝 전술'로 미국과 이란의 갈등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안 그래도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벌어진 유조선 피습과 이란군의 미군 드론 격추로 인해 양국은 살얼음판 같은 긴장 상태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론 격추에 따른 보복 공습을 중단시켰지만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폭격기를 현지에 배치한 상황이다. 계산 착오나 추가 사건이 벌어질 경우 언제라도 무력 충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 대한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란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에 전할 메시지는 없다. 그들은 지금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자신이 뭘 가지고 노는지 알고 있다. 내 생각엔 불을 가지고 노는 것 같다. 그러므로 이란이 뭘 하건 전할 메시지는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스테파니 그리샴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란이 핵무기들을 개발하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지도자들이 행동 방침을 바꿀 때까지 최대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은 저농축 우라늄 저장한도를 초과했다고 해서 이란이 곧 핵무기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핵합의가 목표로 하는 신뢰 구축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란 핵합의가 사실상 파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핵합의 규정에 따르면 서명국 중 한 쪽이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상대국이 협정을 부분적으로나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
유럽 핵합의 서명국들은 이란에 핵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핵합의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미국에 이어 이란까지 합의 위반에 나서면서 입장이 점점 난처해지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이란 핵합의를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이란을 향해 "기수를 돌리고 핵합의를 훼손하는 추가 조치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이란의 편을 들었다. 세르게이 리야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이란의 우라늄 저장한도 초과는 미국의 압력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유감스럽긴 하지만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미국의 전례없고 상상을 넘어서는 제재 압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된 이란 핵합의는 이란이 핵개발을 억제하는 대가로 국제 제재를 완화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가 이란의 핵개발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면서 새 협상 테이블로 이란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대 압박 정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