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무용론?...미·중 패권 다툼에 중심 잃은 G20

2019-06-30 13:23
日 의장국 역할 수행 못 해...'보호무역 배격, 기후변화' 빠진 공동성명
"유엔 총회 버금가는 다자협의체 위상 잃었다...'조정자' 없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해를 거듭할수록 중심을 잃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G20 정상회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다자협의체라는 G20의 위상이 추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의장국 일본 또한 미국 입김에 치우치면서 조정자 역할에 실패했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오사카에서 이날까지 이틀간 열린 G20 정상회의가 '공정한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폐막했다.

'오사카 선언'으로 명명된 이 공동성명에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체제의 중요성을 표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표현은 미국의 반대로 제외됐다.

반(反) 보호무역주의 문구가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빠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작년 아르헨티나 회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공동성명에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내용도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지구적 노력의 결실인 파리기후협정이 자국 노동자들과 납세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협정에서 탈퇴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19개국 정상들이 성명에 '반보호무역주의'와 '기후협정 이행' 표현을 넣을 것을 주장했지만 끝내 미국의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공동성명에 대해 "의견의 공통점을 찾아냈다"고 자평했지만, 일본이 성명 초안부터 '반보호무역주의' 문구를 뺀 만큼 미국에 치우쳐 의장국으로서 조정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의견 대립이 아니라 공통점을 조명했다“며 ”다양한 문제에 대해 단번에 해결책을 찾기란 어렵지만, 자유무역의 기본 원칙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G20 회의에 대해 '노(No) 플라스틱 운동‘, '전자상거래 분야 규칙마련' 등 일부 공통 의제(아젠다)가 협의되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중요 이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G20 공동성명에 미국의 주장이 관철된 만큼 강대국 중심의 국제정치에서 G20의 위상 약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G20 정상협의체가 유엔 총회 버금가는 다자협의체의 위상을 잃었다”며 “무역전쟁으로 상징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의해 ‘조정자’ 없는 세계가 부각됐다”고 꼬집었다.
 

지난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중에 나란히 앉아 있는 미국, 일본, 중국 정상[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