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 조짐에 칼 빼려는 김현미 국토장관…"추가 규제 카드는?"

2019-06-30 13:40
분양가 상한제 민간 아파트 확대 적용, 재건축 가능 연한 조절 정도 거론
전문가들 "모두 공급 가뭄 유발하는 정책들…도입 신중해야"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 일대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서울 아파트값 회복세와 관련해 시장 안정 대책을 추가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향후 규제 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 시장 과열 조짐을 진화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는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 아파트 확대 적용, 재건축 가능 연한 조절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하락세가 지속됐던 서울 주택 시장은 최근 강남권 재건축 저가 매물 소진되고 바닥 인식까지 맞물리며 점차 회복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건축 상승세가 일반아파트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 주택시장이 회복을 넘어 다시 대세 상승기로 진입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3주 만에 보합세로 전환됐다. 특히 강남구(0.03%), 서초구(0.03%), 송파구(0.02%) 등 강남 3구 일대는 올 들어 처음으로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추가 규제는 김현미 장관이 지난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를 통해 직접 언급한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 아파트 확대 적용이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규제 중 강도가 가장 강력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견해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분양 시 택지비 및 건축비에 건설사 적정 이윤을 더한 분양가를 산정하고 이 기준 이하로 분양토록 한 제도를 뜻한다. 만약 서울 강남권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주변 단지 비교 사례를 삼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어 방식보다 더 인하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부 강남권 재건축 조합원들이 후분양제로의 유턴을 통해 분양가 통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만약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분양가가 대폭 하락해 후분양제가 도입된다 해도 조합원들은 수익을 거두기 어렵게 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는 일단 현재 정부가 쓸 수 있는 규제 방안들 중에서는 시장 가격을 매우 강하게 통제할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카드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장관이 직접 언급한 만큼 실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라며 "실현되면 강남권 재건축 고분양가 책정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이 방안이 정비사업 자체를 고사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비사업 핵심은 조합원의 수익 확보 여부"라며 "10여년 전 참여정부 당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재건축이 여러 해 중단되고, 이는 곧 공급 약화를 불러일으킨 전례가 있다. 제도 도입에 앞서 정부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재건축 가능 연한을 늘리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재건축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는 재건축 자체의 리스크를 높여 투자수요를 이탈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강남 재건축을 주택시장 불안의 근원지로 짚고 있다. 이를 집중 견제할 제도 도입에 대해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재건축 가능 연한을 '준공 후 30년'에서 '준공 후 40년'으로 연장할 수 있다. 투자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밖에 주택시장이 급격히 과열될 경우 정부가 허가를 통해 주택 거래를 성사할 수 있게 해주는 주택거래허가제도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제도는 부동산 규제의 정점에 있고 사회적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여 실질적으로 도입되기는 무리가 있을 전망이다.

정부의 이 같은 규제가 현실화한다 해도 큰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주택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의 잇따른 규제 일변도 정책에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이에 대한 내성마저 생긴 상태"라며 "규제가 발표된다고 해도 효력을 발휘하는 기간이 '8·2 대책'이나 '9·13 대책'보다는 더 짧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들이 단기간 시장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일으키는 사안들이라는 점"이라며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이미 주택 시장은 각종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에 추가 규제가 가해진다면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해지고, 나아가 실물경기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