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뮤지션에서 책방주인으로, '책방무사' 주인 요조의 책과 음악 이야기
2019-07-01 14:17
지난 2015년 연예인이 북촌에 책방을 열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화제의 인물은 홍대여신이라고 불렸던 책방무사의 주인 ‘요조’
무사히 살아남자는 취지로 지었던 책방무사는 2017년 3월, 북촌의 추억으로 남기고 문을 닫게 되었다.
그로부터 8개월 뒤인 같은해 11월 제주도로 옮겨 다시 책방을 열었다. 책방 무사만의 고유한 가치와 요조만의 고유한 삶을 사랑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책방 무사에 찾아오고 있다.
이번 <김호이의 사람들>에서는 뮤지션이자 책방주인 그리고 작가, 팟캐스트 진행자로서의 요조와 사람으로서의 신수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A.책방이름처럼 ‘무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면서 지내고 있어요.
정말로 체력적으로 버거운 순간들이 있기는 합니다. 컨디션 난조일 때 녹음장비나 기타를 챙기고 왔다갔다 할 때 특히 그런데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아직은 좋은 일들이 더 많습니다. 삶에 있어서 바뀐 부분은 너무 많은 것 같지만 한 단어로 요약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시간 운용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아무래도 이동하는 데 소요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좀 더 시간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게 돼요.
Q. 책방을 운영하시면서 어떻게 가수의 일을 병행하고 계신가요?
A. 다행스럽게도 제가 인기 뮤지션이 아니라 병행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Q. 요조만의 시간 관리법이 있나요?
A. 자투리 시간을 많이 활용하려고 해요. 저는 장강명 작가님과 함께 도서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한 달에 기본 네 권의 책을 읽어야 하는데 제가 책을 빨리 읽는 편이 아니라서 독서를 위한 시간이 굉장히 많이 필요합니다.
이것도 다행스러운 점인데 제가 차 안에서 독서를 해도 멀미를 하지 않는 체질이라서요. 비행기 안은 물론이고 차 안, 지하철 안에서 매우 공격적으로 독서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읽어서 3년간 버텨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하나의 시간관리법은 ‘포기하는 것’ 이에요. 다들 그렇겠지만 저도 시간에 늘 쫓기면서 살기에 욕심내지 않고 포기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것은 주로 관계가 될 때가 많고요. 그래서 현재 제가 맺고 살고 있는 관계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Q. 처음 책방을 열었을 때 유명세로 인해 힘들었던 점과 좋았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A. 유명세’ 자체가 득과 실이 모두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책방의 존재 자체를 알리는 데에는 제가 가진 약간의 유명세가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책이 목적이 아닌 사람들 또한 그래서 많았지요. 그렇지만 그것도 다 옛날 일이고 지금은 대체로 한산하고 오시는 분들만 와주십니다.
Q. 책방의 경험을 통해 음악을 만든다면 어떠한 음악을 만들고 싶고 이를 통해 세상에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A. 책방의 경험을 통해 만든 노래가 이미 있습니다. 발매를 하지는 않았지만요. 제목은 ‘book’ 이고요. 노랫말의 일부를 조금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눈을 뜨면 나는 또 울고 있을 거야 빠짐없이 슬퍼하고 그 다음을 기다릴 거야 전부 잊을 때까지 기억을 하자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은 없다고 하자”
메세지 전달에는 실패한 것 같기도 해요. 이 노래를 들어본 내부인들은 다들 뭔 소린지 모르겠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책은 저를 계속 비장하게 만들어 주고 저는 그게 좋아요. 사실 저는 매사를 다 무의미하게 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제가 거기까지 가는 걸 책이 막아주는 거 같아요.
Q. 최근 즐겨 읽는 책이나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또한, 이외의 최근 관심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김대식 작가님의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라는 로마제국의 흥망을 담은 책을 지금 읽고 있는 중이에요. 팟캐스트에서 다룰 예정인데요.
많은 영역에서 바보이지만 특히 역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데, 이번 책을 통해서 로마제국의 역사뿐 아니라 우리가 역사를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당위도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 추천을 하는 일은 늘 쉽지 않아요. 조심스럽기도 하거니와 추천하자고 작정하면 한 두 권으로 도저히 추릴 수가 없거든요.
올해 초에 읽었는데 좋았다고 주변에 충분히 소리 내지 못한 책이 있어 이참에 말씀드려보자면 이문영 작가님의 <웅크린 말들>이 참 좋았습니다.
담고 있는 이야기의 무게 때문에 쉽게 넘어가지 않아 다 읽는데 좀 오래 걸렸는데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아있어요.
관심사는 너무 뻔하지만 제 음악이죠. 책을 읽다가 졸리면 앞으로 제가 만들게 될 노래에 대한 생각을 해요. 그럼 잠이 홀딱 깨요.
Q. 책방 뿐만 아니라 책도 쓰시고 책에 대한 팟캐스트도 하시는데 책과 관련된 일들을 많이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A. 책을 좋아하고 또 그에 못지않게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행운을 누리게 된 것 같아요. 언제나 약간의 민망한 마음이 있어요. 내가 지면에 글을 써도 되는 사람인가하는 고민이죠.
Q. 책방이 오랜 꿈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꿈을 이룬 시점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제가 좋아하는 일은 지금 다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뭔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고요. 오히려 가능하면 좀 덜 하고 싶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는 한데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적당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많은 시간이에요. 그래서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책을 더 많이 읽고 느긋하게 요리하는 데에 집중해보고 싶어요.
식재료만 다듬어도 파격적인 위안이 돼요. 작업실 근처에 거의 매일 가는 다솜식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가서 밥을 먹으면서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오가며 요리하는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다 와요.
Q. 현재 진행 중이신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는 무엇인가요?
A. 임경선 작가님과 핸드폰으로 수다를 자주 떠는 편이에요. 이런저런 언니의 허심탄회한 일상과 마음을 듣다보면 저도 자연스럽게 제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게 되는데, 그 시간이 즐거워요.
어느날 경선언니가 이 일을 공개적으로 해보자고 제안했죠. 그래서 시작하게 된 일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편지를 쓰고 녹음도 해요. 많은 분들이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셔서 신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Q. 만약 요조 대표께서 20살이라면 하루를 어디에 치중하고 싶으신가요?
A. 제가 다시 20살로 돌아간다면 고전을 더 열심히 읽겠어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요. 고전들이라도 어렸을 때 읽어두었더라면 지금 만큼 속상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이제는 책을 고르는 마음에도 포기가 스며들어요.
Q. 요조의 20살 그리고 그 이전에 어떠한 학창시절을 보내셨나요?
A. 그냥 멍청했어요. 지금은 똑똑해졌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지금도 멍청한데 그때는 더 멍청했어요.
Q. 평소 일을 하거나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지고 계신 습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제 이상한 습관 중에 하나는 ‘외출 준비’하고 안 나가기에요. 외출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외출 준비를 할 때가 종종 있어요.
씻고 화장도 하고 겉옷까지 입은 상태로 정신을 차리죠. 내가 어딜 가려고 외출준비를 했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디든 나가면 좋겠는데 어디 가지? 그런 식으로 극장에서 무슨 영화하나, 공원에 갈까, 뭐 먹으러 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낮잠이 들거나 저녁이 돼버려서 라면끓여서 맥주한캔 마시고 다시 화장을 지우고 잠옷으로 갈아입어요.
Q. 뮤지션으로써의 삶 그리고 책방주인으로써의 삶은 어떤가요? 힘들거나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어떻게 하는 편이신가요?
A. 뮤지션으로, 책방주인으로 감사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간헐적으로 제가 저에게 갇혀있는 무척 답답한 기분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만 그건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죠.
힘들거나 쉬고 싶다는 기분을 느낀지는 좀 오래 됐는데 내색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제 주변 사람들이 저보다도 더 바쁘고 열심히 살아서 제가 힘들다 쉬고싶다 말할 처지가 아닌 것 같고...
자전거탈 때 좀 쉬는 기분이 들기는 해요. 너무 행복해요. 약간 만져질 것 같아요.
행복이란게 물성이 있을 수가 없잖아요. 자전거를 타는 순간에는 갑자기 행복이 뚜렷한 실체를 가지고 제 주머니 속 핸드폰 옆에 같이 있을 것 같고 그래요.
Q. 뮤지션으로서의 요조 책방주인과 작가로서의 요조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신수진은 어떠한 사람인가요?
A. 뮤지션으로서, 책방주인과 작가로서, 그리고 인간 신수진으로서 큰 차이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들이 있는 것도 같아요.
이를테면 뮤지션 요조가 책방주인과 작가인 요조보다 더 사교적이고 털털한 것 같고요. 뮤지션이나 작가인 요조보다 책방주인 요조가 까칠하고 깐깐한 것 같아요.
제가 찍힌 사진만 봐도 느껴져요. 뮤지션으로 찍힌 사진보다 책방주인으로 사진이 훨씬 딱딱해보여요.
음 그리고 뮤지션이나 작가, 책방주인 요조보다 인간 신수진이 별로예요. 그걸 제가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괴로워요.
Q. 요조다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요조다움이라, 모르겠어요. 살면서 ‘요조답다’는 말을 들은 적이 몇 번은 있는데 그 때에도 늘 제가 반문했던 것 같아요.
저 다운게 뭐냐고. 저는 언제나 콘셉트를 잡는데 약해요. 자기가 자기개념화를 분명하고 근사하게 세워놓는 것이 요즘 시대에 유용한 기술 같거든요.
저는 모르겠어요. 앨범을 낼 때도 책방을 낼 때도 사람들이 당신 음악의 콘셉트가 뭐냐고, 이 책방의 콘셉트가 뭐냐고 물었고 제게는 그 질문들이 늘 스트레스였어요.
그냥 저는 두 가지의 신념에 기대고 있는데 일단 나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의 조언을 믿어요. 단 소리, 쓴 소리 저는 다 고마워요.
나머지 하나는 매 순간의 기로에서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질 선택을 지양하려고 해요. 이건 인격적으로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인간 신수진으로 살면서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짓이 후회거든요.
뮤지션 요조, 책방주인 요조일 때는 잠깐 외면할 수 있는데 인간 신수진일 때는 그 기억들이 자꾸 저를 괴롭혀요. 저는 좀 덜 괴롭고 싶고 그럴려면 최대한 제 스스로 창피해할 선택을 하지 않아야 해요.
Q. 마지막으로 책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책을 읽어야 한다’ 라는 강박에 지나치게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신이 중요해요. 책이 당신을 돕는 거예요. 당신이 책에 끌려가는 게 아니고요.
일단은 그래요. 그런 마음으로 시작해보세요. 당신이 무엇을 알고 싶은지, 당신이 느끼는 결핍이 무엇인지, 일단 자신에 대한 파악이 필요해요.
그런 생각을 기왕이면 동네책방에서 하면 좋아요. 이런 저런 책 표지를 구경하면서, 제목들을 음미해보면서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을 때는 그 책방의 주인장에게 도움을 ‘진지하게’(그리고 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으로) 요청해보세요.
제가 약간 용기를 내서 장담하건대 모든 책방의 주인장들은 진지함을 사랑하거든요. 기꺼이 당신의 진지함에 동참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