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경선 개막..첫 TV토론서 경제·이민·건강보험 두고 격론
2019-06-27 16:38
트럼프, 트위터로 '지루하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하는 민주당이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첫 TV토론을 시작으로 경선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NBC 방송이 주최한 이번 TV토론회는 민주당에서 대선 출사표를 던진 후보 25명 중 여론조사 지지율 등을 기준으로 조건을 충족한 후보 20명을 추려 10명씩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첫째날 토론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격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백인 오바마'로 불리는 베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을 포함해 코리 부커 상원의원,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존 덜레이니 전 하원의원,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 장관, 팀 라이언 하원의원, 빌 드 블라시오 뉴욕시장, 제이 인즐리 워싱턴주지사가 참여했다.
후보들은 전국에 중계되는 이날 토론에서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유권자의 눈에 들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경제, 이민, 의료보험 등을 두고 서로 격론을 펼치면서도 토론의 최대 관심사인 '트럼프 때리기'에서는 하나로 뭉쳤다.
당내 진보를 대표하는 워런 의원은 민간 의료보험을 완전한 국영 의료보험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드 블라시오 시장만 워런 의원에 동의했고, 나머지 후보들은 급진적 변화에 경계심을 내비쳤다.
워런 의원은 또 트럼프 정권의 경제 정책이 "소수 부자를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나라, 경제 모두에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커 의원은 거대 기업 합병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기업 전횡에 제동을 걸 전담 판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민 문제를 두고는 카스트로 전 장관이 주도적으로 나섰다. 유일한 라틴계인 카스트로 전 장관은 불법이민을 범죄화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 이민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오루크 전 의원을 향해 공세를 펼쳤다. 오루크 전 의원은 포용적 이민정책을 내세우지만 마약 밀매나 인신매매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불법이민을 완전히 비(非)범죄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는 토론 중간중간 스페인어를 쓰면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최근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중동 정책에 대해 라이언 의원은 미국이 중동 문제에 "완전히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개버드 의원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두 아들을 잃은 부모 앞에서 그 말을 할 수 있겠냐"며 반박했다. 그밖에 부커 의원은 후보 중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 핵협정에 다시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날 토론이 가장 시급한 미국의 현안에 대해 민주당이 얼마나 진보적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두고 당내 큰 온도차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워런 의원으로 대표되는 '급진파'는 보편적 의료보험, 학자금 빚 탕감, 이민자 수용, 포용적 이민정책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같은 '실용파'는 궁극적으로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보다 온건한 정책적 해법을 선호한다.
한편 이날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여를 위해 에어포스로 이동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토론회에 대해 "지루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출정식을 갖고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뒤, '뉴스메이커'라는 명성에 걸맞게 각종 이슈를 몰고다니면서 유권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민주당 측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흥행몰이에 나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27일로 예정된 둘째날 토론회에는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뒤를 잇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롯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마이클 베닛 상원의원,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전직 기업인 앤드루 양, 존 히켄루퍼 전 콜로라도 주지사가 나설 예정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세론에 다른 후보들이 어떻게 제동을 걸지가 둘째날 토론회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