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탈출 승부수 띄운 페덱스...미국 상무부 상대로 소송

2019-06-25 16:11
EAR 준수 어려워..."위반하지 않으려면 매일 수백만개 감시해야"
美 페덱스 또 배송 오류…中 블랙리스트 포함될 가능성 대두

미국 대표 배송업체 페덱스(Fedex)가 미국 상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제재를 받는 물품의 배송에 대한 책임을 묻지 말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페덱스가 '화웨이 배송오류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라는 관측이 나왔다. 

25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페덱스는 이날 "페덱스는 수출통제규정(EAR)이 적법한 절차에 대한 일반 운송업자들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 상무부를 상대로 컬럼비아 특별구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페덱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페덱스와 같은 운송업체들이 운송하는 화물의 출처와 모든 선적 내용물 등이 EAR를 준수하고 있는지 일일이 파악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라면서 "미국 상무부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려면 매일 수백만개의 소포를 감시해야 한다" 주장했다.

이어 미국 상무부로부터 거래제한 조치를 받은 중국 기업들의 제품을 의도치 않게 운송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페덱스에 물어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페덱스는 미국 수출통제법을 지지한다"면서도 "법 집행기관이 아닌 운송회사"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Wikimedia Commons]

류젠신 중국교통운수협회 전문가는 "이번 소송은 최근 페덱스가 화웨이 화물과 관련해 잇따라 배송사고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제기된 것"이라면서 "페덱스가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류 전문가는 "페덱스 등 미국 운송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며 "자국의 규정을 따르게 되면 글로벌 고객들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페덱스는 화웨이가 일본에서 중국 화웨이 사무실로 보낸 화물 2개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페덱스 본부로 보냈다. 같은 달 17일엔 베트남 하노이에서 홍콩과 싱가포르로 발송된 화웨이 화물 2건의 운송로를 바꾸려 시도하기도 했다. 이달에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보낸 화웨이 휴대전화를 영국으로 반송하기도 했다.

이에 페덱스측은 '운영상의 착오'라면서 사과했으나 중국 당국은 이달 초 조사에 착수, 페덱스 측에 이러한 '배송사고'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촉구한 상태다. 중국에서는 최근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화웨이 계열사들과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

중국 당국이 최근 자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외국기업 등을 대상으로 사실상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 제도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페덱스가 블랙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대두됐다. 미국의 화웨이, 슈퍼컴퓨터 관련 기업 제재에 맞서 중국이 미국기업을 겨냥한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