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최고지도자 겨냥해 추가 제재 단행

2019-06-25 07:55
이란 권력 정점 하메네이 정조준
이란 국체 부정하는 상징적 의미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앞서 경고한 대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그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를 겨냥한 제재임을 분명히 했다.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이란 추가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와 최고 지도자실 등을 강타할 제재"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고 지도자는 이란의 적대적 행동에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다"며 "우리는 이란 정권이 위험한 활동을 포기할 때까지 압력을 계속 증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이란이나 어떤 나라와도 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결코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CNBC는 이번 제재가 이란 최고 지도자와 최고 지도자실이 핵심 재원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재 대상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다. 또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하는 제3국 개인이나 기업도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또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주 미군 무인기 격추에 책임이 있는 일부 이란군 간부들도 제재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번 주 안에 무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추가 제재는 이란 경제에 미칠 타격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는 게 외교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이란 최고 지도자는 국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권력의 정점에 있을 뿐 아니라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종교적으로 신의 대리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란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면서 양국의 군사충돌 우려도 한층 높아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어느 쪽도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우발적인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수 있는 만큼 무척 염려스럽다"면서 "우리는 긴장을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에 '최대 압박'을 이어가면서 이란을 새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하고 있지만 이란의 저항이 거세다. 

최근에는 주요 해상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피격과 미군 무인기 격추 사건이 잇따르면서 양국은 일촉즉발의 대립 아래 있다. 지난주 미군은 무인기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공습을 준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10분 전 중단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트위터를 통해 세계 각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자국 선박을 보호해야 한다며 국제 공조를 압박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