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테크인사이드] ④ 네이버가 뒤늦게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2019-06-20 19:07
이해진 GIO "인프라(클라우드) 잘 지켜낸 기업으로 남고 싶다"
클라우드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영토'...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 80% 이상 차지
2017년 4월 클라우드 서비스 개시...기업 맞춤형 상품으로 승부

“인프라를 지켜내고, 데이터를 (후대에) 잘 전달한 기업으로 남고 싶다.”

네이버 창업자이자 현재 해외 투자를 총괄하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 18일 한 세미나에 참석해 네이버의 미래를 두고 한 말이다. 좀처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형 기업가’로 불린 이 GIO가 몇 년 만에 등장해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GIO가 언급한 ‘인프라’는 IT 인프라, 즉 클라우드 서비스를 말한다. 클라우드는 기업이나 개인이 데이터센터 안에 담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원하는 만큼 빌려 쓰는 서비스를 말한다. 서버와 같은 장치를 소유하거나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 접속만으로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주요 산업의 디지털화와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기업들이 가진 데이터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지난해 1조9000억원에서 올해 2조3000억원까지 늘어나고, 2022년까지 3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클라우드 기업이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툴은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클라우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 IT 기간산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알리바바, IBM,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또한 AWS와 MS의 점유율이 80%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WS가 2006년, MS가 2010년부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글로벌 기업만의 각축전이 될 것을 우려해 2017년 4월 뒤늦게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했다. 모태는 1999년부터 네이버 사내에 IT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다. 네이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자 이 조직은 2009년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이하 NBP)’이라는 IT 플랫폼 자회사로 독립했다.

NBP는 2017년 클라우드 서비스 개시 이후 2년간 자본 투자와 기술 개발로, 현재 15개 카테고리에 119개 클라우드 상품을 선보였다. 글로벌 기업들이 보유한 스탠다드 상품을 모두 갖췄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여기에 기업별 맞춤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기업은 상대적으로 ‘현지화(Localization)’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덕분에 네이버는 한국은행, 건국대병원과 같이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관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었다.

네이버의 또 다른 경쟁력은 글로벌 기업 대비 신속한 A/S(사후 서비스)다. AWS, MS라면 수개월에 걸쳐 처리할 이슈를 빠르면 1~2주 내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AWS 클라우드 서비스에 장애가 생겨, 고객사인 쿠팡과 배달의 민족,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등의 홈페이지가 먹통됐다. 이들은 당시 2시간가량 영업을 하지 못했으나, AWS로부터 사건 경과나 피해 복구 대책에 대한 통지를 받지 못해 원성이 나왔다. AWS는 사건 발생 20일 만에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료의 10%를 환불하는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됐으나, 제2의 AWS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네이버는 자사의 클라우드 사업을 두고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라고 표현한다. 인력이나 사업 규모면에서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과거 포털 시장에서 네이버가 구글과 맞서 싸웠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네이버는 ‘한국형’ 포털 전략으로, 구글의 침공을 막은 몇 안 되는 로컬 포털로 기록됐다. 러시아와 중국 정도를 제외하면 네이버의 사례는 전무하다.

이 GIO는 20년 후에 네이버가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끝까지 저항한 기업으로 남길 희망한다고 했다. 포털 사업으로 한국의 데이터를 지킨 네이버가 클라우드라는 디지털 영토도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오른쪽)[사진=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