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매파'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 고삐 푼다

2019-06-20 12:40
금리인상 공세 인니·필리핀 등 亞중앙은행도 통화완화 움직임
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 연준 금리인하 조짐에 정책기조 반전

금리인상 공세에 나섰던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최근 통화정책 기조를 반대로 되돌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인상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 뚜렷한 금리인하 신호를 발신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강력한 금리인하 신호가 동반될 것으로 본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이미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는데, 이날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중앙은행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1.75%포인트씩 올렸다. 덕분에 통화 가치를 떠받치고, 신흥시장의 전반적인 불안 속에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Fed) 본부[사진=신화·연합뉴스]


올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세계적인 경기둔화 우려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

그 사이 연준은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되돌릴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4차례 올렸던 연준은 올 들어 금리인상 중단을 선언했고, 최근 들어서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끝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더 강력한 금리인하 신호를 보냈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대로다.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달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100%로 본다.

크리스탈 탠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 싱가포르 주재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중앙은행 둘 다 뚜렷하게 통화완화 쪽으로 기울었다"며 이들은 지난해 연준의 매파(강경파) 성향(인도네시아)과 고인플레이션(필리핀) 때문에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지만, 두 요인이 소멸되면서 성장세를 떠받치기 위해 조기 금리인상분을 해소할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인도,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이유로 경제 성장을 북돋기 위해 통화정책을 더 느슨한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