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내 살해 중증 치매환자, 구치소보다는 치료 먼저”...‘치매 책임도 국가가’
2019-06-20 12:04
“고령화 사회 진입한 상황에서 국가가 치매에도 책임 나눠야 돼”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60대 중증 치매 환자를 법원이 구치소가 아닌 전문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금 방식을 시범적으로 시도한다. 범죄를 일으킨 중증 치매 환자에 대해 처벌보다는 치료가 우선이라며 치매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나눠져야 한다는 취지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67)의 항소심 재판에서 이씨가 수감생활을 하게 되면 치매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을 시범적으로 치료구금 개념으로 진행한다”고 전했다. 또 이씨가 장기 입원 치료할 병원을 가족들이 알아오면 입원치료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겠다고 덧붙였다.
2013년부터 치매 증상을 보인 A씨는 망상증세까지 겪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상태에서 A씨는 지난해 11월 아들 집에 있던 아내가 핀잔을 줬다는 이유 등으로 수차례 때리고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이후 그해 12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1심 형량이 너무 낮다고 항소했으며, A씨의 가족도 다시 판단을 받겠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에 나온 A씨 아들은 “형량의 높고 낮음보다 질병이 있는 입장에서 재판을 받는게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에 항소했다”며 “치료가 우선 선행된 후 죄에 대한 형량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씨의 딸도 “아버지는 내용을 모르고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고 있다”며 “지금 재판받을 수 있는 상태가 못 되신다”고 오열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우리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상 치매와 같은 논의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며 “이 사건을 시범적으로 치료구금 개념으로 진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이나 본류를 고려하지 않는 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병원보다는 먼저 치료감호가 가능한지 알아보는 게 우선 절차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A씨의 아들은 범죄를 저지른 부친을 받아 줄 병원을 찾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며 재판부도 이런 현실적 문제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피고인 가족이 협조해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