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방북 배경은…한반도 숟가락 얹어 대미 협상력 높이기

2019-06-18 16:34
북미대화 관련 北 전향적 입장 확인한듯
트럼프와 담판 앞두고 대북 영향력 과시
시진핑 방북 성과, 무역협상에 반영될까

지난해 5월 중국 다롄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북한으로 향한다.

그동안 꿈쩍 않던 시 주석이 직접 움직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북한 측의 전향적인 입장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방북 성과를 토대로 한반도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무역전쟁 관련 대미 협상력을 높일 심산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도대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비핵화 '촉진자' 자처한 시진핑

18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 주석이 오는 20~21일 북한을 공식 방문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부터 중국을 네 차례 방문하는 동안 한 번도 답방하지 않았던 시 주석이 갑작스레 방북을 결정한 데 대해 중국 측은 "한반도 문제에 새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전날 시 주석의 방북 계획을 발표한 직후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새로운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융(鄭繼永) 푸단대 교수는 인민일보 소셜미디어 계정인 협객도(俠客島)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단호한 결심은 동아시아 지역의 정세를 '작은 안정'에서 '큰 안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북·미 대화 재개의 징후가 포착되는 현 시점에 시 주석이 직접 나설 경우 확실한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북·미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할 경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다.

최고지도자의 해외 방문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의 특성상 시 주석의 방북이 단순한 답방 수준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전향적인 조치를 약속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면 시 주석이 직접 움직일 리가 없다"며 "이미 상당한 수준의 물밑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미 협상력 높이기 성공할까

중국도 북핵 이슈에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최우선 순위는 아니다.

특히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미·중 정상회담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방북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결국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사카 담판을 앞두고 북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역대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북한을 찾을 때 사흘씩 머물렀던 것과 달리 시 주석의 일정은 1박 2일로 짧다는 점에서도 이번 방북이 전격적으로 기획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시 주석이 대북 영향력을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원만하게 진행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와 관련, 왕성(王生) 지린대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동북아 문제나 G20 정상회의 같은 다국적 국제 행사에서 중국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미국에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홍콩의 대규모 시위와 대만 문제 등을 놓고 미국이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방북 이벤트는 훌륭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과 북한 비핵화를 연계해 처리할 생각이 있는지 여부다.

미국 백악관은 시 주석의 방북과 관련해 "우리의 목표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중국이 대북 압박 공조에서 이탈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합의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미·중 간) 합의문을 협상하는 자리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미·중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작용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시 주석의 방북 성과가 미·중 정상회담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무역전쟁은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