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평원에 펼쳐진 잔혹한 왕좌의 게임? 프레리독의 빗나간 모정
2019-06-14 17:35
[안효건기자의 비밀 동물원 3]
최근 인기리에 피날레를 장식한 미드 '왕좌의 게임'은 웨스테로스의 권력을 둘러싼 암투를 그린 서사시다. 욕망에 휩싸인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도, 갈등의 핵심으로 돋보이는 것은 단연 서세이 라니스터다. 드라마는 왕의 아내였던 그녀가 자신이 낳은 자녀들이 쌍둥이 오빠 제레미의 아이라는 것을 숨기려, 남편을 살해한 데서 시작한다. 작품으로 각색된 실제 같지 않은 일이지만, 현실 세계에도 서세이의 비정한 모정을 닮은 동물이 있다. 바로 프레리독이다.
그 사회성은 겉으로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이지만, 마치 동전의 뒷면처럼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잔혹함이 존재한다.
프레리독은 보통 지하도시를 건설해 모여 살며 500마리 정도의 대가문을 이룬다. 텍사스의 기록에 따르면 65000㎢의 면적에 약 4억 마리의 프레리독이 지은 땅굴 도시가 모여 왕국을 이룬 기록도 있다. 그들의 도시는 외관상 화산 모양의 입구 몇 개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그 성벽처럼 쌓아올린 입구를 지나야만 비로소 수많은 방들이 나온다. 이 방들은 높게 쌓은 입구 덕에 빗물이 침투할 염려가 적고, 여러 입구 사이의 높낮이를 달리해 환기가 잘되도록 설계됐다. 동시에 천적으로부터 지켜주는 안전한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내부에 있는 다른 적까지 막진 못한다. 프레리독의 또 다른 적, 바로 프레리독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미 프레리독은 자신의 새끼를 가족의 중심에 놓기 위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자매들의 새끼를 잡아먹는다. 이 잔혹한 사투는 새끼들이 어느정도 자랄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어미들은 굴 밖으로 도망친 침입자를 끝까지 추격하는 등 필사적으로 자신의 새끼를 지킨다. 프레리독의 치열한 왕좌의 게임은 집토끼를 지키면서 산토끼를 노린다는 현실 정치와도 닿아있다. 그들의 모정이 서세이처럼 비뚤어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