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요괴신령열전']일본 왕실 '신의 물건 3종세트', 거울-칼-곡옥의 비밀

2019-06-13 09:28

[김세원의 요괴신령열전] 일본의 나루히토 왕세자가 아키히토 일왕의 뒤를 이어 새 일왕으로 즉위했다. 지난 5월 1일 0시를 기해 연호가 아키히토 일왕의 헤이세이(平成)에서 나루히토 새 일왕의 레이와(令和)로 바뀌고, 나루히토 왕세자는 5월 1일 도쿄 지요다의 고쿄(皇居) 영빈관인 마쓰노마에서 '겐지토 쇼케이노 기(剣璽等承継の儀)'라 불리는 독특한 즉위식을 치르고 왕위에 올랐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0분가량 진행된 의식은 나루히토 일왕이 통치권을 상징하는 검(쓰루기)과 태양신을 상징하는 거울(가가미), 왕권을 상징하는 곡옥(가타마) 등 이른바 삼종신기(三種神器)를 넘겨받는 것으로 끝났다.
 삼종신기는 일본의 고유종교인 신토(神道)의 최고신이자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御神)에게서 현 일왕에까지 내려왔다는 일본 왕가의 보물로, 이날 의식에는 삼종신기 중 거울을 제외한 검과 곡옥만 등장했다.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상징하는 거울은 미에(三重)현의 이세(伊勢)신궁에 보관돼 있는데, 왕실을 보호하는 신 그 자체로 여겨져 일왕조차 직접 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천손강림신화에 따르면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는 태양신(日神)으로 일왕의 직계 조상이다. ‘일본서기(日本書紀)’와 ‘고사기(古事記)’에 따르면, 천지가 생성된 후 음양(陰陽)이 화합하여 생겨난 신들 중 이자나기 노미코토가 오노고로라는 섬을 만들고 그곳에 내려와 여동생 이자나미와 결혼해 혼슈(本州), 시코쿠(四國), 규슈(九州) 등 일본열도와 산천초목, 그리고 여러 신(神)들을 만들어냈다. 이자나미는 불의 신을 낳던 중 죽어서 황천국(黃泉國)에 가게 됐다. 아내를 그리워하던 이자나기는 이자나미를 만나러 황천국까지 찾아가지만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어기는 바람에 아내를 만나지 못하고 쫓겨 나온다. 이자나미는 부정한 몸을 씻기 위해 목욕을 하는데 왼쪽 눈을 씻을 때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오른쪽 눈을 씻을 때 달의 여신 쓰쿠요미 노미코토가, 코를 씻을 때 폭풍과 바다의 신 스사노오 노미코토가 각각 생겨난다. 이자나기는 아마테라스에게 신들이 거주하는 천상세계를 다스리게 하였다. 그런데 아마테라스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남동생 스사노오의 행패를 보다 못해 깊은 동굴 속으로 숨어버리자 세상이 어둠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에 다른 신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면서 달래어 아마테라스는 동굴 속에서 나왔고 다시 세상이 밝아지게 되었다.
아마테라스의 손자인 니니기 노미코토는 삼종신기를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와 지상세계를 다스리게 되었고, 그의 직계 후손인 와카미케누 노미코토가 기원전 660년 진무천황(神武天皇)으로 즉위하여 국가를 건국하고 일본 황실을 열었다고 한다. 이러한 신화를 바탕으로 일본은 왕을 천황이라 부르며 살아있는 신으로 숭배하고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대동아공영을 내세워 주변국을 침략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왕은 자신의 신격을 부정하고 인간 선언을 했지만 아직도 다수의 일본인에게는 일왕은 여전히 신적인 권위를 가진 특별한 존재다. <김세원 논설고문·건국대 초빙교수>
 

일본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사진=구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