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원인, 운영·관리 부실"…정부, 안전기준·관리제도 개선

2019-06-11 10:01
민관합동 조사위,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 발표
배터리 자체 결함보다 보호·운영·관리상 문제 커
정부, '제품-설치-운영' 전 주기 안전기준 강화…가동중단 업체에 요금할인·REC제공 혜택

지난 1년 9개월간 23건의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던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배터리 자체의 결함보다는 보호·운영·관리상의 문제가 크다는 것이 골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위원장 김정훈 교수)가 약 5개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고 화재 재발 방지 및 ESS 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ESS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도록 해주는 장치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필수 장비다.
  
민관조사위는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 체계 미흡 등 4가지 요인이 화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일부 배터리셀의 제조상 결함도 발견됐으나 이는 화재 원인으로 확인되지는 않았고 화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는 먼저 합선 등에 의해 큰 전류나 전압이 한꺼번에 흐르는 전기적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배터리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랙 퓨즈, 직류접촉기, 버스바 등 배터리 보호시스템이 전기충격을 차단하지 못하거나 성능이 저하돼 폭발하는 것은 결국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이라고 조사위는 보고 있다.

조사위는 두번째 직접적 원인에 대해 ESS를 설치해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ESS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설비와 함께 바닷가나 산골짜기 등 외진 곳에 설치돼 있어 상주 관리인이 없는 탓에 온도와 습도 등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큰 일교차로 이슬이 맺히고 다량의 먼지 등에 노출돼 절연이 파괴된 결과 불꽃이 튀기는 등 화재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 번째 직접적 원인으로는 신산업인 ESS를 영세 시공업체들이 처음 다루다 보니 고온다습한 곳에 배터리를 사나흘 방치하는 등 설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가 지목됐다.

화재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ESS를 이루는 배터리, 전력변환장치(PCS), 소프트웨어 등 개별설비들이 한몸처럼 설계, 또는 운용되지 않은 것이 네번째 요인으로 지적됐다.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운용되지 않다 보니 화재를 예방하거나 일부 발화가 전체 큰불로 번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배터리 자체와 관련해서는 일부 배터리셀에서 제조결함이 발견됐으나 시험 실증에서 곧바로 화재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매일 배터리를 가득 충전했다가 완전히 방전하는 등 가혹한 조건에서 운영하면 내부 단락(합선)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조사위는 결론 내렸다.

산업부는 향후 대책과 관련, 제조·설치·운용·소방 등 단계별로 ESS 안전을 강화할 방침이다.

ESS를 소방시설이 의무화되는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해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 1490개 ESS 가운데 3분의 1 정도인 522개가 가동정지 상태인 가운데 재가동을 위해 ESS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사업장 특성에 맞는 안전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가동 중단된 522곳을 위험성의 경중에 따라 옥외이전 할 것은 이전하고 방화벽을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하고 그 이행을 점검할 예정이다.

안전을 위해 그동안 가동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곳은 그 기간만큼 요금할인 혜택을 연장한다.

아울러 화재사태로 공사발주를 못한 업체를 위해서도 신재생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추가로 6개월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화재사태를 계기로 ESS의 안전성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려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