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비관 공존하는 시장"…美 증시·채권 동반상승

2019-06-09 12:15
증시 무역갈등·통화정책에 긍정적 요소 보며 올라
채권 향후 경기침체 불안 못떨치며 가격 상승 계속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보통 이 둘은 반대로 움직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같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는 향후 경제 변수에서 '희망'을 보고 있지만, 채권시장은 '비관'을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난 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최고의 한주 보낸 美 증시···채권시장 랠리도 계속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증시는 보통 향후 경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이 힘을 얻을 때 오른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이 앞으로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릴 때 상승하는 것과는 반대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의 증시와 채권시장은 모두 뜨거웠다. 

지난주 증시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하 기대와 미국과 멕시코 합의 등에 힘입어 올해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주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4.71% 급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각각 4.41%, 3.88% 올랐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7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장중에 2.055%까지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이번주 5.4bp 떨어졌으며, 5주 연속 하락세다. 이는 채권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채권 시장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수익률은 -0.2% 아래로 내려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국채수익률 역시 -0.1%를 밑돌았다. 채권 시장은 향후 경제침체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대표적 현상 중 하나인 장단기 채권 금리역전 현상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매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양호한 미국 경제지표가 증시 상승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괜찮은 경제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5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 악화와 같은 악재가 이어질 경우 증시의 자신감은 하락할 수 있다. 미국 노동부는7일 지난 5월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 수가 7만5000개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7만~18만개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악화된 경제지표는 당장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키우면서 증시 상승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향후 경제에 대한 비관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베트맨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멀티자산 투자부문장은 고객들에게 보내는 노트를 통해 “여전히 많은 증시가 글로벌 경제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무역전쟁 심화나 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질 경우 대량 매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혼합된 메시지 속 당분간 동반상승 이어질 수도 

이처럼 메시지가 혼재된 가운데 당분간 증시와 채권의 동반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로 새로운 변화를 맞을 수도 있고,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인플레이션 등으로 코메르츠 방크는 채권 시장이 계속 랠리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일부 금융사는 중앙은행의 비둘기 행보가 주식시장의 고점을 더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 시장은 연준이 빠르면 7월에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연방기금선물시장에서는 연내 적어도 한차례의 금리인하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통화완화정책은 당분간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하 정책이 효과를 내 경기침체를 막는다면 증시는 추가 상승도 가능해진다. 

일단 뭉칫돈이 몰려드는 곳은 채권 시장이다. 지난주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으로도 돈이 몰려들었다. 향후 시장에 대한 공포가 큰 탓이다. 그러나 이같은 마이너스 수익률 투자에 일부 자산을 넣어놓은 투자자들은 수익률 상쇄를 위해 위험자산 투자로 몰려갈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캐롤린 시몬스 UBS웰스매니지먼트의 영국 담당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시장은 시선은 다소 갈라져 있다. 우리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