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극적인 역전 드라마로 36년 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했다. 한국은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이 맹활약하며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을 연장 혈투 끝에 승부차기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9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세네갈과 8강에서 1골 2도움을 올린 이강인(발렌시아)의 맹활약과 골키퍼 이광연의 선방에 힘입어 연장전까지 3-3 무승부 후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U-20 월드컵의 전신인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룬 뒤 무려 36년 만에 역대 두 번째 4강 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한국은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죽음의 조’로 불린 F조에서 조 2위(2승 1패)로 16강에 올라 ‘숙적’ 일본을 1-0으로 꺾은 뒤 세네갈마저 제압했다. 대회 첫 패 이후 4연승을 달린 한국은 세네갈과 U-20 대표팀 상대 전적에서도 1승 1무로 우위를 점했다.

4강 신화를 쓴 리틀 태극전사들은 오는 12일 오전 3시 30분 루블린에서 에콰도르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에콰도르는 8강에서 미국을 2-1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이날 한국은 세네갈과 120분 혈투를 벌이며 이번 대회 가장 극적인 명승부를 연출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더 이강인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37분 세네갈 카뱅 디아뉴의 왼발 슈팅에 선제골을 내줬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놓친 집중력이 아쉬운 실점이었다.

전반을 0-1로 뒤진 한국은 후반 들어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동점골은 행운이 따랐다. 정호진의 슈팅 때 이지솔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상대 선수에게 등을 떠밀려 넘어지는 모습이 비디오판독(VAR)에 잡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이강인이 침착하게 왼쪽 구석을 노린 왼발 슈팅으로 1-1 균형을 맞췄다.

역전을 노리던 한국은 후반 31분 이재익이 페널티지역에서 유수프 바지의 오른발 슈팅을 막으려다 공이 손에 맞아 페널티킥을 내주고 추가골을 허용했다.
 
1-2 패배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8분께 이강인 왼쪽 프리킥 기회에서 정교한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이지솔이 달려들며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틀어 상대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짜릿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연장전에 돌인한 한국은 전반 6분 역습 상황에서 이강인과 조영욱이 역전골을 합작했다. 이강인이 세네갈 수비수들 사이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고, 조영욱이 문전으로 쇄도하며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세네갈 골문을 뚫었다. 3-2로 역전에 성공한 한국은 승리를 눈앞에 둔 연장 후반 16분 아마두 시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끝내 승부차기까지 갔다.

한국은 1, 2번 키커로 나선 김정민과 조영욱이 연속으로 실축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엄원상과 최준이 침착하게 골을 넣는 사이 세네갈 선수들도 실축해 2-2로 맞섰다. 오세훈이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과감한 슈팅으로 가운데 골망을 흔들어 3-2로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세네갈의 마지막 키커가 크로스바를 넘기는 실축이 나오면서 한국의 극적인 4강행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