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혁신의 현장!

2019-06-06 17:15
- 김용희 숭실대 교수

타다 문제로부터 촉발된 혁신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타다 서비스가 전혀 새롭지 않은 불법 서비스라는 주장과 스마트한 서비스 혁신을 통한 운수업의 발전적 변화라는 주장이 연일 갑론을박하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논란은 타다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기존 택시 사업자와 택시 기사들이 생존권을 위협당하며 혁신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택시 기사와 사업자들은 생업에 타격을 주고 불법적인 요소가 강한 서비스를 왜 용인하고 있느냐며, 정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고위 관료와 타다를 서비스하는 대표 간의 설전도 오가고 있다.

택시사업은 허가제로, 면허를 취득해야 운수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타다는 렌터카에 운전기사를 알선하는 서비스인데, 현행법상 불법이다. 다만, 일부 승합차에 한해 허용하고 있는데, 타다는 이러한 예외조항을 근거로 운영을 한다. 모바일의 발전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발굴한 것이다. 여기에 많은 승객들에게 불만으로 제기됐던 택시의 승차 거부, 손님 골라 태우기, 난폭운전, 대화에 끼어들기 등을 없앤 것뿐이다. 이런 작은 차이가 소비자의 선택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유료방송산업에서도 변화가 한창이다. 케이블사업자들이 통신사업자들에게 인수되고 있다. 유선방송으로 시작해 방송 플랫폼의 지배적 사업자이던 케이블산업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1위부터 3위 사업자는 인수를 논의 중이다.

운수업의 지배적인 사업자였던 택시와 방송 플랫폼산업의 지배적 사업자인 케이블산업은 왜 스스로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정부의 지원을 바라는 위치가 된 것일까?

IPTV사업자와 타다는 주로 투자와 혁신을 외쳤고, 케이블사업자와 택시사업자는 정부의 지원과 규제를 외쳤다.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할 타이밍이 많았음에도,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혁신과 변화의 의지가 다소 부족했다. 좀 더 잔인하게 말하면, 어떻게 투자와 혁신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예컨대, 카카오택시 서비스에서 목적지를 삭제하자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서 택시업계는 어떻게 반응하였는지 보면 자명하다.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음에도 혁신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가 소비자들의 선택의 차이를 낳았다.

물론 케이블이나 택시 산업은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견 타당하다. 거대한 자본의 차이로 인해 선점자의 우위(First-mover Advantage)를 지키지 못한 부분도 분명하다. 택시도 타다를 서비스하는 사업자와 비교하면 작은 사업자들이고, 케이블사업자 역시 IPTV사업자에 비하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개별 사업자들이 대기업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택시 사업자들은 케이블 사업자들이 연합해 새로운 경쟁자들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하지 못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혁신의 현장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의 고민이 필요하다.

혁신은 언제나 갈등과 고통이 함께한다. 1~3차 산업혁명을 반추해 보면 분명하다. 러다이트 운동과 같이 혁신에 대한 저항은 반드시 일어나는 법이다. 다만 혁신의 주체가 언제나 정의의 편이고 옳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러한 혁신의 현장에서 정의로운 심판의 역할, 즉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혁신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정부 실패와 시장 비효율을 불러일으킬 염려가 크다. 따라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우고 사회적 편익이 큰 방향으로 방향타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모든 이해당사자가 혁신의 열매를 향유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