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헤이세이의 그림자…중장년 히키코모리 60만

2019-06-05 16:38
버블 붕괴 뒤 취업빙하기 사회 궤도 이탈
"예비범죄자로 보는 시각은 문제 더 키워"

일본에서 중·장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가와사키시에 발생한 히키코모리 남성의 무차별 살인 사건에 일본 사회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 1일 전 일본 엘리트 관료가 히키코모리였던 자신의 아들을 살해하면서 수십년간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병리적 현상이었던 '히키코모리'가 새삼 재조명 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51세 남성이 가와사키 시에서 학교 버스를 타려는 초등학생들에게 마구 흉기를 휘두르면서 2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범인은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지난 1일에는 구마자와 히데아키 전 농림성 차관이 도쿄에서 44살의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에서 구마자와 전 차관은 가와사키 사건을 본 뒤 자신의 아들도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이세이 시대 일본의 경제 버블 붕괴와 함께 이른바 취업빙하기를 맞았던 젊은이들의 상당수는 집 안으로 숨어들었다. 외부와의 관계를 모두 끊고 집 안에만 틀어박힌 이들은 이제 나이가 들었다. 히키코모리 가정의 부모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이제 ‘8050(부모 80대, 히키코모리 자녀 50대) 위기’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년의 히키코모리 인구는 무려 60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지원책 마련에 부랴부랴 나서는 가운데 이번 범죄와 이에 대한 보도로 히키코모리들에 대한 편견은 더 심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 니코니코뉴스는 "이번 사건과 히키코모리를 과도하게 묶어 은둔하는 외토리들을 예비 범죄군처럼 보도하는 경우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히키코모리 지원단체인 '히키코모리 UX 회의'는 지난달말 성명을 발표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보도를 하지 말아줄 것을 호소했다. 

히키코모리 UX 회의는 성명에서 "세상의 편견이 더 심해질까 불안해하는 전화들이 많이 오고 있으며, 히키코모리 곧 범죄자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또 “히키코모리에 대한 이미지가 계속 왜곡되면 당사자나 가족은 더 절망에 빠지게 되고 불만은 더 커진다"라고 지적했다. 
 

28일 일본 도쿄 인근 가와사키시의 노보리토 공원에서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초등생 등을 상대로 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직후 구조대원들이 출동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