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행 부회장, 베트남 고속철도·도로 직접 수주 나서

2019-06-05 05:57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베트남 고속철도·고속도로 사업 수주를 위해 직접 나섰다.

베트남은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미래 전략요충지로 선정할 만큼 심혈을 기울이는 곳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3조원 규모의 초대형 해수플랜트 공사를 이라크에서 따내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며, 현대건설은 물론 관련 계열사 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4일 관련업계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을 찾은 정 부회장은 르딘토 베트남 교통부 차관과 만나 현지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에 대해 참여 의지를 밝히고, 자사의 강점을 적극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 동부지역 난딘~빈롱을 잇는 고속도로(총 길이 654㎞)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약 120조 동의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원화로 치면 6조원에 달한다.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정부는 빈~나트랑을 잇는 총 길이 901㎞에 달하는 고속철도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3단계에 걸쳐 완료될 예정이다. 2020년 착공해 오는 2030년 1단계를 완성하고 2040년 2단계, 2045년 최종 종료된다.

현대건설은 이미 지난달 난딘~빈롱 고속도로 사전입찰심사에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정 부회장은 이번 면담 자리에서 빈~나트랑 고속철도 사업도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 부회장은 이번 사업 가운데 민관합동(Public-Private-Partnership·PPP) 방식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개발 방식은 시공으로 끝이지만 PPP 형태의 사업은 운영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도 최근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계획부터 자본 투자, 건설, 운행 전 부문에 동참하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PPP 모델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정 부회장의 공격적인 행보에 그룹 계열사들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으로 다른 계열사와 협업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철도와 관련해서는 선행 작업이 레일 설치인 만큼 현대제철 등 계열사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최근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1월 베트남 대기업 탄콩그룹과 함께 현지에 판매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현대차는 판매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서 연간 1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앞서 차량공유업체 '그랩'에 대규모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그랩에 2억7500만 달러(약 3120억원) 정도를 투자할 방침이다. 그랩은 베트남·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8개국 225개 도시에서 승용차·오토바이·택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동남아 시장의 전략 거점으로 최근 현대차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번 수주에 성공하면 현지에서 '현대(HYUNDAI)'라는 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 부회장은 과거 현대차 중남미지역본부장, 기아차 아·태지역본부장,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장 등을 맡으며 해외사업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이 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최근 이라크에서 3조원 규모의 초대형 해수플랜트 공사를 따내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사진= 현대건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