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미니칼럼-短] 모르면 무능, 알면 파렴치 '모무알파' ②

2019-06-03 10:11
인보사의 이웅열, 무능과 파렴치



2년 전인 2017년 지긋지긋한 무릎 통증에 시달리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은 환호했다. "주사 한 방이면 병이 낫는다"라며 코오롱생명과학이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를 내놓았을 때다.

박근혜 정부 시절 82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 받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인보사는 1회 주사 한 방에 7백만원 고가에도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을 비롯한 코오롱그룹 주식에 개미투자자들이 달려들어 주가는 폭등, 주식시장은 들썩였다.

개발 기간 19년, "인보사는 내가 키운 넷째 아들"이라고 말하던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지난해 11월 갑자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금수저의 특권 내려놓고,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창업의 길을 가겠다"는 고별사에 박수가 쏟아졌다. 60대 초반 젊은 재벌 오너 회장의 아름다운 퇴진에 대한 미담 사례가 이어졌다.

그런데 아무래도 뭔가 석연치 않았다. 코오롱그룹이 그 어느 때보다 잘 나가고 있었고 나이도 만 62세로 상대적으로 매우 젊은 재벌 총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주 이원만 회장의 아들 이동찬 명예회장의 1남 5녀 중 외아들로, 1996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3세 경영'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섬유·패션 중심인 코오롱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제약·바이오사업을 선택했다. 1999년 미국에 코오롱티슈진을, 2000년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을 설립했다. 코오롱그룹의 근본적인 변화, 변신을 앞장서 주도한 그다. 더구나 뜬금없이 '창업'을 한다는 데 대한 물음표가 더 커졌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있구나'라고 느꼈을 뿐 더 진전된 '그 뭔가'를 찾을 수 없었다. 

이 전 회장 퇴진 후 불과 5개월 뒤인 지난 3월 유전자 치료제 성분이 거짓이라는 '인보사 사태'가 터졌다. 인보사 1액에는 순수한 연골세포가, 2액에는 세포 성장을 돕는 유전자가 장착된 연골세포가 들어있다. 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로 바뀐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달이 난 거다. 한 마디로 유전자 치료제가 아니란 말이다.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 한국기업의 신뢰를 실추시킨 사기, '제2의 황우석 사태'라는 말까지 나온다. 현재 코오롱과 이웅열 전 회장, 식약처의 잘잘못을 가려 사법처리하는 일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웅열 전회장이 19년을 키운 아들과 같은 인보사의 성분을 제대로 잘 몰랐다면 코오롱그룹 39개 계열사, 그 몇 배의 하청업체를 포함한 수만, 수십만 명의 국민들에게 무능의 죄를 지은 셈이다. 아니,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기 때문에 전 국민을 상대로 한 무능범인 셈이다.

만약 인보사 성분 조작을 알고도 '박수칠 때 떠나라'인 양 스스로 아름다운 퇴진을 연출하며 실제로는 책임 회피를 위해 미리 선수 치고 도망간 거라면? 그는 최악의 파렴치범이 된다. 2018년 연봉 455억원, 대기업 오너 연봉킹인 이웅열은 모르면 무능 알면 파렴치, '모무알파'다.
 

<더팩트> 취재진이 최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웅열 전 코오롱회장의 벤처 회사 인근에서 그를 포착했다.
[사진=더팩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