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인보사가 주는 교훈…‘세계 최초’ 단어에 들썩이지 말아야

2019-06-03 03:00

[산업2부 황재희 기자]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각광받았던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가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취소를 받았다.

이번 소식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세계적인 신약개발 수준을 자랑했던 제약바이오업계와 이를 직접 허가했던 정부, 주사를 맞았던 국민 모두가 충격과 배신감에 휩싸였다.

인보사케이주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유전자치료제로, 주성분이 동종유래 연골세포인 1액과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 2액으로 구성된 치료제다.

그러나 2액이 사실은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에서 유래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월 29일 식약처에 인보사 2액이 연골세포 유래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후 식약처는 이틀 만에 인보사 제조‧판매를 중지시켰다. 자체적으로 인보사 시험검사와 코오롱생명과학 현장조사, 미국 현지실사 등 검증을 2개월간 실시하고, 최종 결과를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그 결과, 2액은 신장세포로 확인됐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허가 전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으며,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성과 정부의 부실검증이 가져온 비극으로 볼 수 있다. 의약품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윤리성과 투명성, 안전성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다시 벌어졌다는 것에 충격이 더 크다.

게다가 신장세포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향후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치료제로 사용하지 않는다. 식약처는 현재 부작용과 관련된 보고가 없고, 전문가 견해 등을 이유로 안전성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그 누구도 이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인보사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심취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코오롱생명과학과 정부는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가 국내에서 나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같은 후광으로 인보사는 지난해 총 규모 1조247억원 규모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미국 먼디파마와 인보사 일본 시장 기술수출 계약(6677억원)을 맺었고 중국 하이난성(2300억원) 등과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이번 인보사 사태가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규정하고, 지원과 규제완화 등을 약속한 상황에서 인보사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이 위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정부과 업계는 앞장서서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1회에 700만원씩 지불하고 주사제를 맞으며 완치의 꿈을 키웠던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제2의 인보사 사태는 없어야 한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지난 4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판매중지 관련 기자간담회'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