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들이 그렇게 잘 논다며? 졸업하고’…대학가 만연한 문과 조롱

2019-05-23 13:54
성균관대 자연캠퍼스, 운동회 앞두고 공모한 문구에서 나와
학생 익명게시판에도 부적절하다는 비판 제기돼

대학가에서 인문계열 학생들을 비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논란이 되고 있다. 성균관대 자연캠퍼스에는 지난 20일, ‘인문캠은 학교에서 치킨집 사업 배운다던데’, ‘문과들이 그렇게 잘 논다며? 졸업하고’, ‘들어올 땐 1등급, 나갈 땐 9급’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 문구는 총학생회가 인문사회과학캠퍼스와 운동회를 앞두고 학생들로부터 공모를 받아 게시했다. 하지만 이공계열 학생들이 학생들을 조롱하는 내용에 대해 학생들의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총학생회 측은 다음날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운동회 기간 선의의 경쟁을 위해 문구를 공모했는데, 기획 의도와 달리 특정 문구가 많은 분께 폐를 끼쳐 불찰이라 생각한다”며 “총학생회 차원의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을 향한 이런 비하의 시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졸 구직자들의 취업난 속에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을 향한 조롱과 편견이 더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말 한국교육개발원이 2016년도 2학기·2017년도 1학기 고등교육기관 졸업자들의 취업 현황을 조사해 펴낸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계열별 취업현황'에 따르면, 인문계열(언어·문학·인문과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56%, 사회계열(경영·경제·법률·사회과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62.6%로 전체 졸업자 평균인 66.2%에 못 미쳤다. 반면 공학계열 졸업자 취업률은 70.1%, 의약계열은 82.8%로 평균을 웃돌았다.

이런 현실은 ‘문(과라서 죄)송합니다’같은 자조 섞인 유행어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문레기(문과+쓰레기)’ 등으로 비하 의미가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가에서 문과생들을 웃음거리로 여기는 풍조의 배경에는 청년 취업난에서 오는 불안을 특정 대상에 대한 공격으로 해소하려는 심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문계와 이공계를 막론하고 많은 대학생이 취업난으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집단을 공격해 안도감을 느끼려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교육부와 대학, 학생 모두 정규직 취업을 지상 목표로 삼다 보니 같은 대학 안에서도 취업률을 매개로 한 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되고, 오히려 유머 코드로 소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