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사업자 "정부 정책 잘 따랐더니 낭패"...표준 임대계약서 썼다가 전세값 인상 상한에 걸려
2019-05-22 16:52
10월 후 등록부터 5% 룰 걸린다지만…"표준 임대차계약서 제출 여부가 희비 갈라"
세입 예정자는 시세보다 수천만원 싼 전세 매물 등장에 화색…"임대료 상한제에 걸린 매물"
표준 임대차계약서 제출 의무는 아니나…낸 사람만 상한제 적용
10월 전 비싸게 전세 팔고 임대사업자 내자…"전세 하락기, 여의치 않아"
세입 예정자는 시세보다 수천만원 싼 전세 매물 등장에 화색…"임대료 상한제에 걸린 매물"
표준 임대차계약서 제출 의무는 아니나…낸 사람만 상한제 적용
10월 전 비싸게 전세 팔고 임대사업자 내자…"전세 하락기, 여의치 않아"
# 전셋집을 알아보던 A씨 부부는 시세 보다 싼 가격에 나온 전세를 찾았다. 서울 양천구 ㅁ아파트의 75㎡ 전세가 시세는 3억3000만원. 그런데 보증금 2억4000만원·월세 10만원에 매물이 나온 것이다. 알고 보니 집주인이 주택 임대사업자로, 기존 전세계약금에서 5%만 올릴 수밖에 없었다. 임대사업자를 등록할 때 기존 세입자와 맺은 표준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면 5%로 묶인 전세값 인상 상한제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집주인은 정부가 권장하는 표준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5%를 초과해 전세값을 올릴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정부가 권장하는 정책을 따랐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 다주택자 B씨는 최근 주택 임대사업자를 등록하려고 알아보던 중 오는 10월 이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기존에 맺은 임대차 계약에서 임대료를 5%까지만 올리도록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최초 계약의 경우 마음대로 임대료를 높여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관련 법이 바뀌어서 10월 이후 등록한 임대사업자는 그리할 수 없다. 그래서 B씨는 나중에 높은 임대료를 받기 위해 우선 비싼 가격에 전세를 놓고, 10월 이후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마음이지만 여의치 않다. 최근 전세가 하락세가 이어져 비싼 값에 전세를 내놓으니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간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차원에서 제공했던 각종 혜택을 지난해 말부터 줄이자 최근 주택 임대 시장에서 새로운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4월 기존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임대 등록하는 경우 기존 임차인과 체결한 임대차계약서 상의 임대료를 최초 임대료(임대료 증액 상한 규정을 적용 받는 기준 임대료)로 보는 것으로 법이 개정됐다. 법이 시행되는 오는 10월 이후 등록하는 임대주택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이미 등록 중인 임대주택에 대해 소급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미 등록 중인 임대주택이더라도 ‘표준임대차 계약서’ 제출 여부에 따라 상한제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미 등록한 주택 임대사업자는 등록 이후 최초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기존 계약과 상관없이 임대료를 올려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계약부터만 임대료 인상에 제한을 받는다.
그런데 임대사업자를 등록할 때 기존에 맺은 표준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한 집주인들은 상한제에 걸린다. 임대사업자 등록할 때 표준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는 게 의무는 아니다. 서울 모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임대사업자 등록할 때 임대사업자 등록 전 계약한 건의 표준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는 게 의무는 아니다”면서도 “신고를 하신 분들은 (임대료) 기준으로 잡힌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시세 대비 싼 전세 매물이 속속 나온다. 목동 중개업소 대표는 “3억3000만원이 시세인데, 최근 2억1000만원에 전세가 나갔다. 임대료 상한제에 걸린 것”이라며 “전세 수요자들은 값싼 매물이 나왔을 때 기회를 잘 잡으면 주거비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10월 전 비싸게 전세를 내놓으려는 집주인들도 많다. 목동 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사업자로 새로 등록하려는데 2년 만기 후 임대료를 5% 내에서 올려야 하니, 처음부터 임대료를 많이 받고 싶어한다”며 “처음에 비싸게 받아놔야 나중에 임대료를 올리기 수월하기 때문인데 요즘 전셋값 하락기여서 여의치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