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가세에 발행어음 경쟁 후끈
2019-05-20 18:45
◆발행어음 수신액 10조 돌파 초읽기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3곳이 발행어음 수신액을 1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건 시간문제다. 한국투자증권(5조4000억원)과 NH투자증권(3조3000억원) 수신액만 합쳐도 이미 8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KB증권까지 이달 들어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았다.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 쌓은 초대형 IB 5곳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을 뺀 나머지 3곳이 모두 발행어음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NH투자증권은 이듬해 5월 각각 인가를 따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연내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인가 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 내부거래 조사와 맞물리는 바람에 보류돼 있다. 회사 관계자는 "조사 결과만 문제없다면 바로 발행어음업 인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더욱 시기를 점치기 어렵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고, 1년 전 주식배당 착오로 일부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후발주자가 도리어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곧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키워 발행어음업 인가를 신청한다. 회사 관계자는 "오는 6월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며 "하반기에는 인가 신청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쟁 심화에 역마진 가능성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더라도 제약이 많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대비 2배까지만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발행어음 수신액 가운데 35%는 언제라도 유동화할 수 있는 우량자산(국공채)에 넣어야 한다.
역마진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공채 수익률은 현재 1%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 이에 비해 발행어음이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수익률은 2.3~2.4%에 달한다.
이를 메꾸려면 기업금융이나 부동산 투자로 벌어야 한다. 규제는 여기에도 있다. 기업금융(여신)은 수신액 대비 50%까지, 부동산 투자는 30%까지만 가능하다.
더욱이 인건비나 부실위험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아무리 낮아도 3%는 돼야 한다. 여기에 발행어음 수신 경쟁까지 치열해지면 손익분기점이 4%를 넘어설 수도 있다. 실제로 가장 늦게 시장에 합류한 KB증권은 올해에만 발행어음으로 2조원가량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업자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 투자자를 모은다"며 "서로 더 많은 이자를 주면서 수신 경쟁에 나서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