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리디노미네이션] 터키·베네수엘라·북한 등 화폐개혁 해외 사례는?

2019-05-18 08:00

정치권을 중심으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의가 시작됐다. 해외 국가들 가운데 화폐개혁을 단행한 곳은 터키, 베네수엘라, 모잠비크, 짐바브웨 등이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에 성공한 국가로는 터키가 꼽힌다. 터키는 지난 2005년 1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2003년 말 터키 리라화 발행 잔액은 1경700조 리라에 달했다. 특히 2001년 경제 위기를 겪은 이후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꾼 것이 리라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했다.

터키 정부는 2005년 기존 화폐를 100만분의 1로 낮추고 화폐 명칭도 리라에서 신리라로 변경했다. 개혁 이후 달러당 134만 리라이던 환율이 1.34리라 수준으로 하락했고 물가상승률로 6~10% 수준으로 안정됐다. 2004~2007년 경제성장률이 평균 7%를 상회하는 고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가 리디노미네이션에 실패했다.

베네수엘라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018년 8월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지만 오히려 경제 위기만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베네수엘라 정부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초과했다. 외환보유고는 85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대외 부채는 1845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10만대 1로 낮춘 신화폐를 유통했다. 하지만 급진적으로 이뤄진 화폐개혁으로 경제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무려 170만%에 달했고, 올해 들어서도 500%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결국 국가 경제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이를 정도로 악화됐다.

짐바브웨도 화폐개혁으로 혼란을 겪었다. 짐바브웨 정부는 2006년 8월 자국 통화인 짐바브웨달러(ZWD) 화폐단위를 1000 대 1로 낮췄다. 하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자 2008년 8월에는 100억 대 1, 2009년 2월에는 1조 대 1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물가가 치솟자 짐바브웨는 2015년 자국 화폐인 짐바브웨달러를 폐기하고 미국 달러를 쓰기로 했다.

북한도 2002년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 이후 물가가 급등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09년 11월 30일부터 임금은 종전 금액수준을 새 화폐로 보장하는 가운데 현금은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예금의 경우 구권 10원을 1원으로 교환했다. 하지만 물가 불안을 먼저 잡지 못한 채 화폐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사회혼란만 가중됐다.
 

문닫은 베네수엘라 슈퍼마켓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