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펭귄의 깃갈이 단식행동과 분변 미생물의 관계 규명

2019-05-17 10:06
펭귄이 옷 갈아입는 동안 뱃속에선 무슨 일이?

극지연구소(소장 윤호일)는 단식 중인 남극펭귄의 분변을 관찰하여 체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찾아냈다고 17일 밝혔다.

펭귄은 매년 번식을 마치고 겨울이 되기 전 2~3주 가량 깃갈이를 하는데, 이 기간에 물속을 헤엄칠 수 없어 자발적인 단식에 들어간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2013년에 세종과학기지에서 남동쪽으로 2km 떨어진 펭귄마을, 남극특별보호구역 171번에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수십 마리의 분변을 채취했다.

깃갈이 단식행동 중 젠투펭귄의 분변[사진=극지연구소 제공]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단식 중인 펭귄의 분변에서 푸소박테리아 (Fusobacteria)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 균은 지방산을 생산해 펭귄의 면역을 높이고 체내에 지방을 축적한다고 알려졌다.

단식 전과 비교해 다른 미생물들도 구성이 변했으며, 특히 젠투펭귄에서 미생물의 다양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미생물의 변화는 남극의 혹한 환경에서 단식에 따른 생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적응 과정의 결과로 추정된다.

과거, 호주에 사는 쇠푸른펭귄과 사우스조지아섬의 임금펭귄을 대상으로 유사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지만, 남극펭귄의 분변을 정밀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깃갈이 단식행동 중 젠투펭귄의 분변. 단식 전(왼쪽)에는 크릴을 섭취한 잔해가 남아있는 반면, 단식 중 (오른쪽) 에는 먹이 섭취가 중단돼 음식물 잔해가 거의 없고 담즙으로 인해 녹색을 띈다. [사진=극지연구소 제공]

연구결과는 이번 달 학술지 ‘플로스원 (PLoS ONE)’에 논문제목 ‘Faecal microbiota changes associated with the moult fast in chinstrap and gentoo penguins, 2019, DOI:10.1371/journal.pone.0216565’로 게재됐다.

논문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극지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남극 생물들의 생존전략을 밝히고 기후변화가 남극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