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메이 총리 6월 초 사퇴 시기 공표...브렉시트 불확실성 여전

2019-05-17 10:51
보수당 의원들과 차기대표 선출일정 조율 합의
'포스트 메이' 관심집중...보리스 전 정관 출사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르면 내달 초 사퇴 시점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그레이엄 브래디 '1922 위원회'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6월 초 예정돼 있는 EU 탈퇴협정 이행법안 표결의 결과와 상관없이 새로운 당대표의 경선을 위한 일정을 논의하기로 메이 총리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1922 위원회는 영국 보수당 평의원 모임이다.

메이 총리는 그동안 영국 의회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사퇴하겠다고 말해왔다. 지난 3월에는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EU와의 미래 관계 협상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다며 조기 사퇴 가능성도 시사했다.

지난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이 참패한 뒤 브렉시트 책임론을 들어 총리 사퇴 요구가 강해지자 내달 3일 예정된 EU 탈퇴협정 이행법안 표결의 결과와 상관없이 당대표 자리를 내놓겠다고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사퇴 시기는 EU 탈퇴협정 이행법률안 표결 직후 공개될 예정이다. 

EU 탈퇴협정 이행법안은 영국과 EU가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는 데 있어 영국 내부적으로 필요한 규칙들을 정리한 법안을 말한다. 앞서 세 번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만약 부결되면 사실상 메이 총리의 네 번째 패배로 기록될 전망이다.

보수당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인 노동당과 협상을 이어가는 데다, 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메이 총리의 조기 사퇴를 요구해왔다. 

당초 브렉시트는 3월 29일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거부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높아지자 EU는 정상회의를 통해 4월 1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했다. 이후 10월 31일까지로 브렉시트 시한을 한 번 더 연기했다. 

메이 총리는 당시 최대한 빨리 EU 탈퇴를 준비하겠다고 응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브렉시트 연기 요청에 대해 집권 보수당 내의 비판이 나오면서 메이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메이 총리의 사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포스트 메이' 자리를 두고 눈치 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브렉시트 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차기 보수당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보리스 전 장관은 "EU와의 협상 접근법에서 활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3년간 브렉시트를 어떤 기회로 활용할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영국 하원의원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보수당 당대표 경선에 나설 수 있다. 경선 참가자가 다수일 경우 득표수가 가장 적은 후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최종 2명이 남긴 뒤 2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 대표를 선출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운데)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진행된 총리 질의응답 자리에서 질문 사항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