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각 나라 정부들과 '스파이활동 금지(No-spy) 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량화(梁華) 화웨이 이사회 의장은 “중국의 어떤 법도 중국 기업이 정보를 수집하거나 장비에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장치)를 심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국가정보법’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영국 정부를 포함한 각국 정부들과 스파이활동 금지 협정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며 “스파이도 백도어도 애초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스파이나 백도어 등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었던 화웨이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최근 미국이 또 다시 강력한 ‘반 화웨이’ 캠페인에 나선 것이 이유가 됐다. 

미국 정부는 그간 화웨이와 중국 공산당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며 화웨이가 자사 5G 장비 등에 몰래 백도어를 설치했다고 주장하고 동맹국들에 화웨이 장비 배제를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코어 네트워크(데이터 이관을 총괄하는 핵심 네트워크)’를 제외한 부분에서 화웨이의 장비 도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자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영국이 차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것에 크게 분노하며 “영국이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참여를 허락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영국과 미국은 동맹국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며 “중국은 화웨이를 통해 서방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자 제레미 헌드 영국 외무장관은 “화웨이와 관련 최종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응수했다.

따라서 량 의장의 이번 발언은 화웨이의 편으로 돌아서는 줄 알았던 영국이 마음을 돌리기 전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팀 왓킨스 화웨이 서유럽 담당 부회장도 이날 BBC 라디오에 출연해 스파이 활동과 관련한 미국의 의심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왓킨스 부회장은 "미국이 지적하는 것과 같이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협력해야 할 의무는 없다"면서 "민감한 고객 데이터나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기도록 하는 강제적인 법 규정도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조만간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와 관련한 최종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