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공영홈쇼핑 해외 OEM 제품 판매 일부 '허용'

2019-05-12 10:54
시행 5개월 만에 정책 수정… ‘졸속’ 인정한 셈
국내 생산 제품 우선 원칙은 유지

정부가 공영홈쇼핑에서 해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 판매를 일부 허용한다. 100% 국내 생산 제품만 판매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정책이 시행된 지 5개월 만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12일 "기본 원칙은 국내 생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판매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해외 생산 제품의 방송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며 "이달 24일 열리는 공영홈쇼핑 이사회에서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상품 선정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OEM은 판매사가 제조사에 제품 생산을 맡기고 판매사 상표를 달아 유통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브랜드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원산지 표시가 있는 제품이다.
 

[공영홈쇼핑 로고. ]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8월 개국 3주년을 맞아 메이드 인 코리아 정책을 내걸고 해외 제조 상품에 대한 신규 판매 계약 체결을 중단하고 기존 재고분에 한해서만 판매를 지속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100% 국내 생산 제품만 판매하고 있다.

이 정책은 국내 제조 기업의 판로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홍종학 전 중기부 장관이 추진했다. 지난해 1월 공영홈쇼핑이 공공기관으로 전환됨에 따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공영홈쇼핑은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국내 생산 제품의 비중이 낮아 지적받기도 했다.

중기부는 정책 시행 과정에서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규정 위반 법률 자문을 받고, '국제 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음에도 이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 결정은 공영홈쇼핑 납품 업체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중기부 관계자는 "박영선 장관이 지난달 17일 열린 공영홈쇼핑 납품 기업 간담회에서 업계 의견을 적극 청취했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니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타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허용하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공영홈쇼핑의 원칙은 국내산 제품 판로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인 부분과 국제 규범 준수 측면을 고려해 해외 생산 제품의 판매도 일부 허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5개월 만에 뒤바뀐 정책 기조에 입점 업체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메이드 인 코리아 정책 도입에 맞춰 생산 라인을 국내 공장으로 옮긴 입점 업체도 있다.  정부 졸속 대책에 업체만 피해를 입은 셈이다.